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오늘은 '주제'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사실 이 부분은 심화 과정에 속한다고 생각해서 천천히 포스트 하려던 내용인데, 관련된 질문이 들어와서 우선적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질문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요.
"주제가 '파멸'이라면, 결말 내용도 파멸로 끝나야 하나요?"
사실 주제에 대해선 예전에 포스트 했던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써라'에서 가볍게 다룬 적이 있는데요.
2017/07/2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기(기초/심화) -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쓰자.
오늘은 좀 더 심도있게 주제가 무엇인지 얘기해보고, 다음 포스트에서 자신이 쓰려는 이야기 속 주제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제란 무엇인가?
사실 주제란 용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첫 등장한 이후, 수능 시험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빈도가 꽤나 높은 단어인데요. 하지만 막상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등 스토리텔링 적 요소를 가진 매체를 본 후, 그 작품의 주제가 뭐였지? 라고 물어보면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난, 사랑, 전쟁, 죽음, 인생의 아이러니' 등등이 주제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던지 '사랑은 타이밍이다' 같은 간단한 명제들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과연 어떤 게 맞는 걸까요?
네이버 사전에서 '주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예술 작품에서 지은이가 나타내고자 하는 기본적인 사상'이라고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시나리오 작법 책에선 '주제'를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요?
1) 주제는 '작가의 시각'이다.
데이비드 하워드의 <시나리오 가이드> p.95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주제란 '다루고 있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자신이 다루고 있는 인물과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종류의 태도도 가지지 않은 채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모든 스토리에는,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주제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시나리오에는 이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해결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자기가 다뤄온 대상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드러내게 된다.}
즉, 주제란 것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하나의 통찰력있는 시각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로버트 맥기는 주제란 용어보다는 주도적인 아이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진정한 주제, 즉 주도적인 아이디어는 한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한 이야기 속에서 더 이상 축약할 수 없는 의미를 표현해 주는 의미가 명쾌하게 드러나는 한 문장.}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드러내는 한 문장은 오로지 작가를 위한 것일 뿐, 이를 보는 관객이나 관람객들한테는 중요한 것이 아닌데요.
관객은 주제를 한 문장으로 생각하며 관람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보는 과정속에서 그저 자연스럽게 감정적인 특별한 체험을 할 뿐인데요. 로버트 맥기는 이야기라는 매체 속에서 체험하는 이러한 정서적인 경험을 '미학적 정서'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2) 주제는 '미학적 정서'로 드러난다.
미학적 정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p. 171~174에 걸쳐 자세하게 다뤄지고 있는데요. 간단하고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길거리에 놓인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대부분 큰 충격을 받고 '세상에! 저 사람 죽었잖아!' 소리치며 그 자리에서 도망치겠죠.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여러분들은 그 때 사건을 떠올리면서 그 죽은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드리워져 있는 죽음이라는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즉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속의 지적인 의미 파악은 그 순간이 아니라 대부분 나중에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다시 말해 일상생활 속에선 의미와 정서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고, 그렇기 때문에 정서와 의미가 융합되는 경험은 종교적인 체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로버트 맥기는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다릅니다. 이야기의 절정에서 어떤 정서를 느낌과 동시에, 이야기 속에 담긴 어떤 의미도 저절로 함께 느껴집니다. 꼭 주도적인 아이디어라는 둥의 한문장으로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야기가 전달하는 정서 속에서 의미도 함께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죠.
로버트 맥기는 범죄물을 예로 들고 있는데요. 사실상 모든 수사물들에 표현되고 있는 아이디어는 '범죄를 저지르면 대가를 치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점잖은 표현보다는 절정부에서 '그 짐승같은 놈들 결국 잡혔네!'같은 식으로 이를 느낄 것입니다. 정의의 승리와 사회의 복수를 생각하되 전기를 통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의미있는 정서적 경험'이 바로 로버트 맥기가 말하는 '미학적 정서'이고, 관객들은 이러한 미학적 정서를 통해 주제를 경험하게 됩니다.
따라서 로버트 맥기는 이야기가 코미디이건 비극이건 무슨 장르건 간에 이야기의 의미(주제)는 설명적인 대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정서적인 표현을 앞세우는 절정의 형태로 극화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3) 미학적 정서는 마지막 장의 절정에서 드러나고, 따라서 절정을 생각해야 주제가 드러난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p.184입니다.
{이야기 스스로가 그것(주제)의 의미를 설명하게끔 하는 것이지, 작가가 이야기에게 그 의미를 받아쓰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로부터 사건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작가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시작하든 간에 이야기의 주도적인 아이디어(주제)가 자리 잡는 곳은 마지막 절정이며, 이를 통해 이야기가 스스로의 의미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 작가는 작가 생활에서 가장 강력한 순간, 즉 자기 인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이 말은 이야기 속에서 주제를 발견하라는 것인데요. 데이비드 하워드 또한 주제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 p. 96입니다.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주제를 증명하거나 어떤 철학적 입장 곧 명제를 논증해 내기 위하여 스토리를 짜맞추지 않는다.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그저 캐릭터와 상황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자기가 다루고 있는 대상에 대한 어떤 느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절정과 해결을 선택할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유능한 시나리오 작가는 주제로 하여금 스스로 알아서 제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주제란 증명되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대상 그 자체이며, 스토리가 탐구해내야 할 인간의 실존적 측면인 것이다. 그것은 이미 스토리 안에 구축되어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나타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였는가에 따라 드러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주제는 이야기 속에 그저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절정에서 표현되는 '미학적 정서' 안에 존재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난 포스트인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써라.'에서 얘기했듯이 주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클라이막스를 정하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파멸이 주제라면 결말도 파멸로 끝나야 하는 건가요?"는 사실 반대로 접근하신 것입니다. 주제가 먼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발견해내가는 과정 속에서 주제는 그에 맞는 의미로써 생성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이야기 속에서 클라이막스만 찾아내면 주제는 저절로 정해지는 것일까요? 좋은 주제란 어떤 것일까요? '파멸'은 주제가 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절정 속에 '미학적 정서'로 존재하는 주제를 굳이 왜 작가는 작업 단계에서 한 문장으로 표현해야 할까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주제를 발견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들에 대해선 사실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쓰자.'라는 포스트에 키포인트들은 다 들어가 있는데요.
2017/07/2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기(기초/심화) -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쓰자.
포스트가 길어지는 관계로 다음 포스트에서 좀 더 심화과정으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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