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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단편 시나리오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 자료조사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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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단편 시나리오에 관한 질문이 들어와서, 그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질문 내용을 요약하자면 


1) 단편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데, 상투적으로만 접근이 되어 곤란하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2) 자료조사를 할 때 유사 장르의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며 하는 것인지 & 서적이나 신문기사등에서 등장인물한테 일어날법한 소재를 찾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3) 시나리오를 쓸 때 자료조사한 것에서 어떤 걸 발췌하거나 그 느낌을 가지고 사건을 만들어 쓰는 것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타자기 사진

1. 자료조사

1) 자료조사를 하는 이유


우선 자료조사 부분에 대해 말씀 드리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이 자료조사는 아닙니다.(물론, 참고 용도나 그 안에서 모티브나 영감을 찾는 정도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요) 또한 자료조사를 하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 작가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서 리얼리티를 살리고, 진정성을 높인다.

둘째, 자료조사를 통해 쓸만한 에피소드나 대본에 활용할 만한 것들을 찾는다.

셋째, 자료조사를 통해 아예 새로운 모티브나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지금 당장 '킬러'에 대한 소재로 시나리오를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연히 영화나 소설, 신문 기사 등에서 접한 '킬러'의 세계를 제외하곤 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을텐데요. 이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 여러분들은 상투성의 거미줄에 걸리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나 드라마 등 어디서 본 듯한 킬러의 세계와 살인수법, 은폐 노하우 등등만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첫번째 이유에서의 '자료조사'인데요.


물론, '킬러'의 세계를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며 지식을 쌓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공된 사실일뿐이므로 참고정도로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진짜' 자료조사를 하셔야 하는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인터뷰나, 다양한 서적들과 인터넷 서핑, 실제 사건들에 대한 자료 등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심산' 선생님은 <태양은 없다>를 집필하실 때, 직접 흥신소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자료조사를 하셨는데요. 그때 워낙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그 세계의 묘미를 아신 후, 시나리오를 쓸 때 직접 그 에피소드를 쓰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런 경우가 바로 자료조사의 두번째 이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인데요.


세번째는 자료조사를 하다가 오히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입니다. 할리 베리 주연의 <더콜>이라는 영화가 좋은 예인데요. 이 작품의 시나리오 작가는 처음에 911에 대한 다른 내용의 작품을 쓸 생각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는데, 자료조사 중, 너무나 기가막힌 실제 사건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작가는 그 전에 쓰려던 내용이 아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납치 스릴러를 쓰게 되는데요. 즉, 자료조사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작품을 쓴 케이스가 되겠죠.


따라서 자료조사는 사실 뭔가를 기대하고 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뭔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무엇을 찾을 지 알 수 없는 탄광을 캐는 작업과 같습니다. 어두운 탄광 안에서 금이 나올때까지 캐고, 캘 수 밖에 없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자료조사의 타이밍이 사실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정해두지 않고, 마냥 초기 단계부터 자료조사를 하기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얼마만큼의 자료조사를 해야 할지 막막할 뿐만 아니라, 사실 이건 자료조사라기 보다는 소재를 찾기 위한 서칭에 가까울 뿐인데요.

따라서 자료조사는 이야기를 어느정도 적당히 발전 시킨 후,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시작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도 좋고, 효과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ex.황진이) 시나리오를 쓰려고 한다면 당연히 자료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즉, 황진이의 생애와 작품 등을 충분히 자료조사하여 이해를 한 후, 그 인물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소화한 후(비극적인 인물/ 진정한 예술가 등등) 작품을 쓰셔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3)번에 대한 질문(자료조사한 것에서 어떤 것을 발췌하거나 사건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답을 드리자면,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더 콜> 처럼 실제 아이디어보다 더 좋은 영감이 찾아올 수도 있고, <태양은 없다>에서 처럼 좋은 에피소드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면 그저 극 중 리얼리티를 살리는 정도의 용도로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 노파심에서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서적과 인터넷 서핑'으로 하는 자료조사에 대해 첨언을 하려는데요. 앞서 예를 든 '킬러'에 대해 자료조사를 한다면 단지 '킬러'에 관한 서적과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좀 더 확장된 범위에서 서치하셔야 합니다. 즉, 총과 나이프에 대한 전문 지식, 급소 파악을 위한 인체 도감, 법의학 지식(ex. 어떤 식으로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를 알기 위한) 등등 그 인물이 혹은 그 인물이 살아가는 세계가 실제 가지고 있을 법한 지식들에 통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무얼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찾아야 할지는 본인이 결정하셔야 하는데요. 자신이 쓰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본인만이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이 부분은 정해진 방식이 없긴 합니다. 모든 작가들이 각자 편한 노하우로 자료조사를 진행할 텐데요. 그럼에도 제가 생각할 때 어떤식으로 하는 것이 편한지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장편 시나리오를 쓸 때와 단편을 쓸 때 조금 차이가 있으니 그것에 대해서도 설명해보겠습니다.


2) 자료조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제가 생각하는 '장편 시나리오를 쓸때 효과적인 자료조사를 하는 방법과 타이밍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번 말씀 드렸듯이,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만약에 마법'이라고 불리는 '전제'입니다. 바로 "만약에 이런일이 생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같은 류의 질문인데요.


전에 예로 든 <죠스>라는 영화의 전제는 "만약에 상어가 휴양지 해안을 덮쳐서 휴양객들을 먹어치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전제 만으로 바로 자료조사를 하면 찾아야 할 것이 너무 광범위한데요.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주인공을 누구로 할지, 어떤 식의 전개를 할지, 대충 결말은 이런식으로 내면 좋겠다 식의 최소한의 간략한 줄거리는 머리에서 굴려보신 후 찾아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죠스>의 주인공을 보안관으로 정하고, 전개는 상어를 추적하는 이야기이며, 결말은 배 위에서 상어와 대결한다 정도로만 정해도 자료조사할 범위는 많이 줄어듭니다. 이때 여러분들이 자료조사를 한다면 아마도 당장 떠오르는 '지역 보안관의 업무 방식 형태과 계급 구조 등에 대해서, 식인 상어의 종류와 상어를 잡는 방법, 실제 식인상어로 죽은 시체의 모습, 배 작동 방식, 해변관광 마을에 대해서 등등'일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자료조사하는 방식 또한 매우 다양할 텐데요. 직접 보안관이나 상어 전문가, 혹은 상어에게 물렸다가 살아남은 사람을 인터뷰할 수도 있고, 그냥 다큐멘터리나 서적, 기사 등만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인데요. 많은 작가들이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터뷰를 많이 선호하긴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자료를 모으다 보면, 점점 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추가할 수 있는 갈등이라거나, 인물, 사건 등이 드러나기 시작할 텐데요.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해변광관 마을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성수기 한철 장사가 매우 중요하며 그 안에도 여러 조합이 있으며, 시장과 연계해서 마을의 수익 증대를 위해 많은 애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칩시다. 


애초에는 상어와의 대결만 막연하게 생각하던 여러분들은 그때서야 아~ 이러한 이익집단을 장애물로 세팅할 수 있겠다!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상어가 나타나도 성수기에 관광객이 오지 않을까봐 이 사실을 숨기고, 계속 개장할 것을 주장하는 이익집단에 대한 갈등과 에피소드를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자료조사란 이야기의 발전과정에서 매우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막연하게 자료조사를 하며 이야기의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찾는 것보다, 어느 정도 자신이 쓸 이야기의 라인을 잡아두고, 자료조사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편시나리오일때의 이야기이고, 단편영화의 자료조사인 경우는 조금은 다르게 접근하셔야 하는데요. 먼저 단편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알아보면서 이 또한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2. 단편 영화 시나리오

1) 시나리오 장편과 단편의 차이.


먼저 장편과 단편의 차이점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장편 영화와 단편 영화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아시다시피 바로 영화의 길이입니다. 단편은 보통 3,40분 이내의 분량, 장편은 한시간 반 분량 이상의 영화를 말합니다. 이러한 시간상의 물리적인 차이가 바로 내러티브와 형식의 차이로 이어지는데요.


저는 단편 영화를 말할 때 항상 "단편영화는 뭔가 하나만 있으면 돼!"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너무 주관적인지라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설명을 해보려는데요. 즉, 장편영화가 '소설'이라면 단편 영화는 바로 '시'라는 것입니다.


즉, 장편 영화가 주인공을 충분히 관객들에게 감정이입 시킨 채 갈등을 만들어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러티브 구조라면 단편 영화는 마치 '시'처럼 하나의 심상, 하나의 생각, 하나의 느낌 등을 팍! 하고 관객에게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단편 같은 경우는 더욱 자신 안에서 나오는 영감이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짧은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더욱 다양한 형식성, 창조적인 내러티브, 실험적인 시도 등이 가능한 것이 단편이기 때문에, 사실 단편을 쓰는 정형화된 방법에 대해 저도 말씀드리기는 조금 힘이 듭니다. 다만 어디서부터 단편 영화를 쓰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힌트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과연 단편 영화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2) 단편은 무엇보다 자기 안의 것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질문을 해주신 분이 단편을 쓰려는 이유가 장편을 쓰기 전, 습작으로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편 영화를 찍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후자의 경우라면 무엇보다 자기 것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자기 것을 쓰라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사상,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단상, 느낌에 대해 먼저 캐치하고 그것들을 먼저 표현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인데요.


뭔가 자신의 가슴속에 항상 화두처럼 가지고 있던 어떤 맹아적인 형태의 생각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당한 학원폭력에 대한 것이든, 남녀차별에 대한 것이든, 가족에 대한 것이든, 혹은 반려견, 친구, 꿈 등등 뭐든 좋습니다.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것 그것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것에 대한 어떤 생각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지, 어떤 걸 얘기하고 싶은지 생각하세요. 


사실 단편 영화에서는 아주 특수한 소재가 아니라면, 자료조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료조사로 단편영화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성의 어떤 완성된 작품과는 다르게 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은 단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도 단편을 그렇게 많이 쓰진 않았지만(5~6편정도 쓰고, 두편 찍은 게 다입니다) 예전에 쓸 때 첫 작품은 기성 작품을 흉내낸 멜로 단편이었습니다. 몹시 식상하고, 어디서 본 것 같고 클리셰적인 장면들만 나오더군요. 처음으로 찍기까지 한 작품이었는데 상영할 때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제 것이 아닌 느낌이었거든요. 무언가를 흉내낸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단편을 쓸 때 출발지점이 '짝사랑에 대한 영화를 한번 써볼까?' 정도라면 저와 같은 실수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여태 살아오면서 가장 중심에 둔 어떤 화두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쓰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식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해주신 분이 상투적으로만 써진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추측되는데요. (물론 평소에 '짝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어떤 시각'이 있었고 그걸 얘기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짝사랑을 소재로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정도의 접근이 곤란하다는 것이죠.) 또한 자료조사에서 느낌이나 사건을 발췌해서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비쳐보아, 아직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편에서도 한줄 줄거리와 클라이막스가 첫시작이듯, 단편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우선은 세상을 바라볼 때, 혹은 인생을 생각할 때 자신이 어떤 것을 가장 관심이 있는지, 어떤 것에 대해 가장 얘기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곰곰히 떠올려보며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소재를 잡아보세요.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에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가벼운 단상이어도 좋고, 최근 들어 관심가는 사항이라거나, 내가 분출해서 치유받고 싶은 어떤 감정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제 친구의 단편 중 제가 좋아하는 단편을 하나 소개하자면, 정말 별 내용이 아닌데 뭉클하게 와닿습니다. 그 친구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친구였는데요. 제목은 <토마토>이고, 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딸이 좋아하는 토마토를 시장에서 사와 정성들여 손질해 설탕을 가득 뿌려둡니다.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지만 딸이 돌아오지 않자, 냉장고에 넣어두고 밖으로 나가죠. 이번엔 딸이 돌아오는 길에 역시나 토마토를 사옵니다. 아빠처럼 손질을 해 설탕을 뿌려두죠. 하지만, 아버지가 오지 않자, 딸은 아빠와는 다르게 한 개, 또 한 개 자꾸만 집어 먹습니다. 여유로운 여름의 오후의 햇살 속에 딸은 그렇게 앉아 아빠를 기다립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게 다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내리 사랑과 딸의 사랑이 조금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걸 아주 멋지게 표현해낸 영화죠. 단지 토마토를 먹지 않고 상대를 기다리느냐, 아니면 먼저 먹느냐라는 일상적인 행동으로 말입니다. 제가 앞서 단편은 뭔가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물론 처음엔 이것이 꽤나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있어야만 일상 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모와 자식의 사랑의 차이'를 이런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바쁜 생활을 하고 있고,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때가 많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표출한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3) 일기와 꿈노트를 써보자 & Who am I


그렇기 때문에 일기를 써보거나 꿈노트를 써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기를 쓰며 자신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혹은 꿈노트도 좋습니다. 꿈노트란 자신의 꿈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각나는대로 기록하는 것인데요. 처음엔 잘 떠오르지 않아 몇단어도 못 쓰겠지만 자꾸 하다 보면 꿈의 내용이 잘 떠오릅니다. 꿈노트를 꾸준히 기록하다보면, 분명 뭔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거나, 자신안의 화두로서 자리잡은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세요. 연극 수업 등에 들어가면 처음 하는 커리큘럼이 보통 Who am I라는 것인데요. 그만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모든 예술의 출발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뭔가 좋은 걸 써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좀 더 길게 내다보고 자신을 알아가는데 시간을 쓰세요.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고, 그 글을 통해 자신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니까요.


사실 쓰다보면 알겠지만, 시나리오를 쓰는 초창기에는 계속 같은 화두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안에 뭔가 살아오면서 웅크리고 있던, 풀리지 않은 의문이라거나 상처라거나, 해답을 찾고 싶었던 어떤 것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맹아처럼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요. 저 같은 경우는 바로 '자아정체성, 가족, 특히 엄마'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항상 풀리지 않는 숙제였고, 거의 대부분의 단편에, 그리고 첫 장편에도 그러한 정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초기작들을 보면, 한풀이하듯 썼다라고 늘 얘기하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초기작은 자신을 투영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쓰는 게 좀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제 안의 어두운 내면을 보여주기 부끄러워, 오글거리는 식상한 멜로 단편을 첫 단편으로 쓰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4) 뭐든 상관없다!


그래서 사실 제가 가장 드리고 싶은 얘기는 처음 쓰는 것이기 때문에, 뭐든 상관없다!라는 것인데요. 실수하셔도 됩니다. 식상한 거 쓰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나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것을 쓰기 위해 몇달 동안 단편 시나리오 하나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그 시간 동안 몇 편의 시나리오를 마구잡이로 써보는 것이 초창기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기로 하셨다는 것은 평생동안 함께 할 숙제를 떠안으셨다는 것입니다. 단기간 질주로 되지 않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첫 작품, 두번째 작품, 세번째 작품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첫 작품이 저처럼 식상했다면 두번째는 더 좋은 걸 쓰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조금이라도 점점 더 나아진다면, 자신을 마구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일단 단편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단편영화를 많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잘 쓰려면 영화를 많이 봐야하고 드라마를 잘 쓰려면 많이 봐야 하듯, 단편영화를 잘 쓰려면 단편을 많이 봐야 합니다. 장편과 단편은 아예 다른 장르라고 해도 될만큼 작법이 다르니,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장편을 쓰기 위한 과정으로서 단편이라면 조금은 내러티브가 있는 단편을 쓰셔도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내용을 도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얘기하고 싶은지 아는 것입니다. 즐기듯이, 놀이를 하듯 그 과정을 잘 헤쳐나가시길 바라구요.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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