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요즘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스팅도 거의 못하고, 질문에 답변도 잘 못해드리고 있는데요.
댓글로 네 페이지 시놉시스의 예시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간단하게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네페이지 시놉시스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먼저 읽고 와주세요.)
2017/08/1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시놉) 구조를 세웠다면, 네쪽짜리 시놉시스를 써라.
질문은 다음과 같은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4페이지 시놉시스를 써보려고 하는데, 시나리오 워크북도 참고하고 있지만, 사실,
오프닝을 반페이지를 쓰라고 하고, 예시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요.
지금 책에 있는 예시를 그대로 가져오셨는데, 밤,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거리를 지나간다. 이부분이요.
책에서는 줄 바꿈이 없이 한 단락이라고 말을 했고, 그렇게 치면 4줄이거든요.
그런데 저런식으로 오프닝을 에이포 반페이지면 20줄 정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채워야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답답해서 이렇게 여쭈어봅니다.
혹시 오프닝과 1막으로 1페이지를 쓰신 시놉시스의 예시를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고 과연 예시를 제시하는 게 맞을까, 고민을 했었는데요.
사실 시놉을 쓰는데 정답은 없고, 스스로 내용을 채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네 페이지라도 사람마다 쓰는 스타일은 제각각일 텐데, 오히려 예시를 보고 오해가 생길까 걱정도 되었구요.
그럼에도 혹여나 여러 다른 지망생 분들께서도 질문자님과 같은 막막함을 가지고 있다면, 참고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예로 들 영화는 이전 네페이지 포스팅과 함께 이어 보실 수 있도록 <미스트>를 사용할 거구요.
이 포스팅의 목적은 <미스트>를 네 페이지 시놉으로 작성한다면 어떤 정도의 디테일로 작성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참고용 글이 되겠네요. 다만, 어디까지나 저의 스타일로 쓰여진 예시일 뿐, 너무 정형화해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요청하신 대로 오프닝 반페이지와 ACT1 반페이지해서 한장정도만 예시로 올려드리겠습니다.
* 사실 영화를 다시 볼 시간이 없어서,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급하게 작성한 시놉이니 실제 내용과 좀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 점 감안해서 봐주시구요.
한글 11포인트로 한 장 분량 정도 작성했습니다. 파일을 함께 올렸으니 다운 받아 보실 분들은 다운 받아보세요.
<미스트> 네페이지 예시
오프닝
밤. 잘 정돈된 저택의 작업실. 창문 옆에 놓인 이젤 앞에 앉아 영화 포스터를 그리고 있는 화가 데이빗(38. 남). 창밖으로 비와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지만, 재즈음악에 묻혀 오히려 분위기는 평화롭기만 하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된다. 음악소리가 뚝 끊어지고 어둠이 사방에 깔린다. 그제야 의아한 듯 창밖을 쳐다보는 데이빗. 창밖에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번개와 바람이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다. 불길한 천둥소리. 날씨가 아무래도 심상찮다고 느낀 데이빗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해 아내와 아들(9)을 데리고 침구를 챙겨 지하실로 대피를 한다.
잠시 후, 부러진 커다란 나무가 작업실 창문을 깨고 집을 덮치듯 들어온다. 그림과 물건들이 사정없이 박살나고, 고요하고 평화롭던 집 안으로 음산한 바람과 비가 마구 들이닥친다.
타이틀 뜬다. <미스트>
ACT1
다음날 아침, 집안의 피해를 살피는 데이빗. 그림들이 망가진 건 물론이고, 이웃의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호수 옆 보트 창고까지 박살이 났다. 가뜩이나 이웃과 껄끄러운 사이였던 데이빗은 할 수 없이 보험 얘기를 하러 이웃을 찾아가고, 뜻하지 않게 마트를 동행하게 된다. 가는 길에 다수의 군인들이 이동하는 걸 보지만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간밤의 재난급 폭우로 마트는 이미 생필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데이빗은 함께 온 아들과 장을 보는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리더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자욱하게 몰려온다. 거리의 사람들은 허둥지둥 도망치고, 안개 속에선 누군가의 비명도 들려온다. 그때 한 노인이 피를 흘리며 마트로 달려와 안개 속의 뭔가가 사람을 덮쳤다 말한다. 공포에 사로잡히는 사람들. 데이빗은 이 시각 홀로 집에 있을 아내가 걱정되지만, 현재 상황에선 아들을 지키는 게 먼저다.
그 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하며 그저 마트 안에서 상황을 살핀다. 데이빗은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아들을 위해 담요를 구해주려 고 하역장 창고 쪽으로 간다. 그런데 발전기에서 연기가 마구 나고 있다. 결국 발전기를 끄고 고장이 났는지 살피던 데이빗은 하역장 셔터문을 무언가가 마치 들어오려는 듯 흔들어대는 걸 보고 겁에 질린다. 정말로 뭔가가 안개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 그는 마트로 허둥지둥 돌아간다.
일단 제 작품이 아니라, 기성작품을 네페이지 형식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각자가 영화를 보며 생각한 중요한 사건이 이 안에 포함됐냐 아니냐는 차이가 있을텐데요. 어쨌든 보편적으로 4페이지 시놉을 쓸 때 사건 묘사나 디테일 등은 저정도의 느낌으로 쓰여진다는 것만 참고하시면 될 듯 하구요.
오프닝은 사실 영화에 따라 분량이 좀 차이가 날 거라는 것 외엔 따로 말씀드릴게 없고,
ACT1같은 경우 제가 편한대로 쓰고 보니 인물과 상황 설정 한 단락, 세팅부분의 사건 한 단락, 구성점1으로 넘어가기 전의 사건 한 단락, 이렇게 세 단락으로 쓰여졌는데요. ACT1을 두 단락으로 쓰는 것 보다는 위의 예시처럼 세 단락으로 나눠 쓰는 게 좀 더 편해보이기도 하니, 따라하실 분들은 예시처럼 따라 쓰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뭐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노파심에 강조 드리면, 가장 중요한 건 네 페이지는 사실 떠오르는 대로 자기 멋대로 쓰는 게 맞다는 것입니다.
특히 네페이지 시놉시스처럼 타인에겐 보여주지 않을 시놉이라면 말이죠.
만약 네페이지 시놉이 잘 안 써진다면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두페이지도 좋고 세페이지도 좋습니다.
두 페이지로 썼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쓸 때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다시 네페이지로 디테일을 늘리고, 네페이지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열장짜리의 디테일한 시놉을 쓰세요.
글을 쓰는 방식과 형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꾸준히 습작을 하려고 노력하시고,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타인의 작품을 시놉으로도 옮겨보고 시나리오로도 옮겨보며 계속 감을 익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장편이 어렵다면 단편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잘 써지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하니 힘들어 마시고, 꾸준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으셨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하구요.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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