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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 고쳐쓰기로 초고를 완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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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우주써니입니다.

앞서 시나리오 한줄 줄거리부터 시나리오 3막 쓰기까지 순서대로 쭉 다뤄봤는데요.

오늘은 시나리오 쓰기 과정의 마지막 순서라고 할 수 있는 시나리오 고쳐쓰기에 대해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1.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고쳐쓴다는 것이다.

위대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무엇이든 초고는 다 걸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인 월터 번스틴은 '쓴다는 것은 곧 고쳐쓴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저 또한 위의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초고는 그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구체화시키고, 더욱 자세히 알수 있는 과정이지, 결코 완성단계일 수 없는데요. <시나리오 가이드> p. 158입니다.


{초고에서 어떠한 실수도 없이 시나리오를 완성시킨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조금밖에 고쳐쓰지 않거나 아예 고치려 들지 않으려 하는 시나리오작가가 있다면 그의 실패는 확정적이다. 차라리 기존의 프로젝트를 좀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기회로 고쳐쓰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


초고를 써내려가다 보면, 미리 스텝 아웃라인을 아무리 상세하게 짜놓았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마련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초고를 쓰는 동안 캐릭터에 대하여, 스토리에 대하여, 그리고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하여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 역시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언제나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추구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초고가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이 좀 더 명확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그래야만 초고를 끝내기 전에 시나리오의 앞부분을 결말에 맞도록 고쳐 쓸수가 있다. 그래도 끝끝내 풀리지 않는 신이 있을 것이다. 별 수 없이 고쳐써야 한다.}


책과 타자기 사진


즉, 제아무리 구조를 열심히 잡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시놉을 자세히 쓰고 작업을 하더라도, 분명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 뭔가 새로운 것, 더 좋은 방향들을 발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끊임없는 과정이자, 발견이라고 하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초고는 사실 거의 50~ 70퍼센트 이상은 고쳐쓸 수 밖에 없고, 심할 경우엔 전부 다 새로 써야 할 경우도 생기는데요. 이러한 수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막초고를 읽는 것입니다. 

제가 막초고라고 따로 부르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지금 막 완성한 이 대본은 누군가에게 모니터 받기에도 부족한 단계이기 때문인데요. 적어도 한 두번의 수정은 거친 뒤에야, 그나마 남에게 모니터할 수 있는 상태의 '초고'가 완성됩니다. 


<시나리오 워크북>에서도 초안 시나리오 쓰기를 세단계로 나누는데요. 첫째는 단어들을 종이에 옮기는 단계의 초안으로서, 지금 여러분들이 막 끝마친 단계이구요. 둘째가 '기계적인' 단계로, 쓰기 과정에서 수정했던 것을 고치는 과정, 세번째가 디테일하게 고쳐쓰며 '마무리하는'단계입니다. 이것까지 다 거치셔야 비로소 우리가 말하는 '초고'가 완성되고 누군가에게 모니터를 받거나 제작사 등에게 돌릴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2. 막초고 읽기

막초고를 읽는 것은 사실 그저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특별한 법칙은 없지만, 그럼에도 두 가지는 지키셨으면 하는데요.

첫째는 초고를 마치고 반드시 일주일 이상은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이 대본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읽을 것과 둘째,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끊지 않고 읽는 것입니다.


첫번째의 이유는 시나리오와 거리두기를 해야만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막 시나리오를 쓰고 난 후에는 머릿속에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객관적으로 볼래야 볼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주일 이상 멀어지신 후, '마치 이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보시는 게 중요한데요. 


언뜻 보기엔 과연 그게 될까 싶지만,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본다면 과연 호기심이 생길까?' '이 장면에서 놀랄까?' '이 캐릭터가 매력적일까?'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처음본다면'이란 입장을 고수하며 읽으시길 권해드리구요.


그렇게 읽으면서 재미가 없다면, 재미가 없는 것이고 식상하다고 느껴지면 식상한 것 입니다. 에이,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식의 생각은 작품에 독이 될 뿐인데요. 자신의 작품의 첫 관객은 작가 자신입니다. 남보다 더 냉철하게, 또 객관적으로 모니터를 해야만 작품의 퀄리티를 진일보 시킬 수 있다는 것 명심하세요.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한호흡으로 끊지 말고 읽으시길 추천드리는데요. 시드필드는 아예 초고를 읽을 때 아무런 메모도 하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저는 체크 정도는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지루한 부분, 어색한 대사,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 등등 수정해야 할 게 보일 때마다 밑줄을 긋거나 가볍게 체크를 하시되, 어떻게 고쳐야겠다는 식으로 길게 수정방향을 적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런식으로 긴 문장을 쓰면서 읽는 흐름이 끊어지면서 전체 호흡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시나리오는 부분, 부분이 모인 전체입니다. 따라서 리듬과 흐름을 느낄 수 있어야만 지루한 부분, 늘어지는 부분 혹은 텐션을 올려야하거나 풀어줘야 할 부분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 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한 자리에서 초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3. 수정은 앞에서부터가 아니라 뒤에서부터다.

여기서 말하는 뒤에서 부터라는 것은 정말 뒤에서부터 고치라는 것이 아니라, 뒤의 내용을 염두해 두고 앞의 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것인데요. 수정 작업은 초고를 읽은 후 단순히 '이 대사 엉망이군, 이 씬은 너무 밋밋하군, 좀 더 임펙트 있는 액션씬으로 고쳐야겠어' 라는 식으로 단편단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절정과 결말'을 위한 전체의 흐름, 전체적인 설정(캐릭터 포함), 전체적인 밸런스, 모든 씬 하나하나를 고쳐내는 것이 바로 수정인데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p. 443입니다.


{일단 절정이 만들어지면, 이야기는 앞에서부터가 아니라 뒤에서부터 중대한 수정의 과정을 거친다. 인생의 흐름은 원인에서 결과로 움직이지만 창작의 흐름은 결과에서 원인으로 움직일 때가 많다. 절정에 대한 구상이 상상 속에 떠오르는데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이제 작가는 작품을 되짚으며 작품 속의 현실에서 이 구상을 뒷받침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원인과 방법을 채워넣는 것이다. 


결말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아이디어와 반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모든 이미지나 비트나 행동이나 대사가 어떤 식으로든 이 중대한 보상에 연관되거나 복선이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모든 장면들이 이 절정에 비추어 내용상으로나 구조상으로 말이 되어야 한다. 잘라내도 결말의 효과를 해치지 않는 장면이라면 잘라내야 한다.}


즉 여러분들이 초고를 읽으신 후, 수정방향을 잡으실 때 염두하실 것은 바로 '절정과 결말'에 비추어 앞의 내용들이 딱 떨어지게 직조하는 것인데요. 사실 고쳐쓰기를 할 때 덜 고생하기 위해선 시나리오 쓰는 단계에서 절정에 대한 고심과 고민을 많이 하셔야만 합니다. 완벽한 클라이막스만 하나 건지더라도 초고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초고를 다 읽고 나시면, 지금 쓴 결말과 절정이 마음에 드는지부터 결정하신 후, 마음에 든다면 앞의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수정할지 굵직굵직한 내용과 방향성, 그리고 개연성부터 파악하세요. 과연 초고에 쓰여진 캐릭터가 절정을 위해 최선인지, 초반 설정이 절정부를 돋보이게 하는 설정인지, 장애물이나 안타고니스트를 바꾸는 게 좋을지, 혹은 사건 자체를 바꿔야 할지, 개연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큰 맥락에서 먼저 살펴보시면 되는데요.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극중 개연성이란 것은 사건의 인과 관계가 논리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사건에 반응하는 캐릭터 또한 일관적이고 개연성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플롯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셨을 경우, 사건의 인과관계를 위해 앞서 설정한 캐릭터가 무너질 경우가 많으니 유의하셔야 하는데요. 사건에 대한 반응이 캐릭터가 되고, 그 캐릭터의 행동이 구조가 된다는 것 명심하세요.


그리고 이렇게 구조적으로 큰 수정이 필요할 경우(대부분 초보자 분들께서 쓰신 막초고의 경우 큰 수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서 시나리오를 쓸 때 처럼 14개 씬(시퀀스)를 새로 구성하시는 것이 좋은데요. 또한 시나리오를 쓸 때, <시나리오 워크북>의 방법을 따랐으니, 수정 역시 이 책을 따라 하시는 것이 가장 수월할 거라 생각됩니다.

4. 막초고의 첫번째 수정 이렇게 해보자.

<시나리오 워크북> p.243~243입니다.


{단어들을 종이에 옮기는 단계의 초안(막초고)을 끝까지 읽었으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라. 단지 머릿속으로만 그려라.(*개인적으론 이 때에도 간단한 메모를 하면서 생각하는 걸 추천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쓰는 행위를 통해 아이디어를 다시 한번 반추하게 되고, 더 좋은 걸 추가하거나 확장시키고, 별로인 건 그 자리에서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이때는 한 두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빠르게 메모하시면서 생각하시고, 길게 쓰는 행위는 하지 마세요. 생각이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ACT2에서 변경한 것을 설정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시나리오가 살아나게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라. 그것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생각하라. 더 좋은 방법은 밤새도록 구상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명확하고 뚜렷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당신은 30페이지 단위(30분 분량 - 한국식 시나리오로는 15페이지)로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ACT1을 고쳐 쓴 후, ACT2의 전반부, ACT2의 후반부, ACT3의 순으로 고쳐쓰게 될 것이다.


작업의 대부분은 ACT1이 차지할 것이다. 당신은 이 부분의 80퍼센터 가량을 고쳐 쓰게 될 것이다. (ACT2전반부의 약 60퍼센트, ACT2후반부의 약 25퍼센트, ACT3의 10~15퍼센트) 이제 ACT1을 읽고, 페이지의 여백이나 메모장에 적어라. 대사를 바꾸고, 신을 바꾸고, 행동과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고치는 것은 모두 시나리오 전체의 흐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고 있다면 ACT1에 대한 새로운 신 카드를 작성하라. 어떤 신은 그대로 가도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3X5카드를 가지고 새로운 ACT1을 구성하면 된다. 당신은 아마도 대여섯 신을 새로 쓰고, 몇몇 신에서 대사의 일부를 고치고, 길이에 맞춰 마무리 하고, 다듬고, 줄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약 2주간 해야 한다. 


보통 ACT1을 고쳐쓰는 것이 가장 오래 걸린다. ACT1이 너무 긴 경우, 간혹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ACT1의 몇 신을 ACT2로 옮겨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순서를 정리 하자면 1) 각 장을 한 번 더 읽으며 메모를 한 후, 2) 새 3X5카드를 작성하고 3) 10분 분량으로 3번에 걸쳐 작성하라는 건데요. 이런 순서로 ACT2 전반, 후반, ACT3까지 작성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가능한 한 씬을 쓸 때 시각적으로 쓰는 것에 집중하면 좋은데요. 시나리오 워크북 p. 244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펼쳐놓는데에 중점을 둬라. ACT1에서 당신은 이야기의 대부분을 대사로만 이끌어가려는 경향을 띠게 될 것이다. 이야기를 '말로' 전달하려 할 것이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이 차를 몰고 가다가 보석가게를 본다고 하자. "옥반지를 하나 사고 싶어요."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말하자, 어머니는 "차를 세우렴"하고 말한다. 이 신을 끝나고 다음 신으로 넘어간다. 다음 신에서 주인공은 새로 산 옥반지를 끼고 파티에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것을 보여줘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공이 반지를 사려고 카운터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여주고, 파티 신으로 넘어간다. 주인공이 공원을 걷는 모습, 길에서 조깅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시각적으로 사고하라. 어떻게 하면 영화적으로 한 신에서 다른 신으로 넘어갈 것인지 고민하라. 주인공은 활동적이어야 한다.}


사실 막초고를 쓸 땐 내용을 우선 쏟아내는 게 우선이라 대사가 많고, 비주얼적인 부분에 소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반드시 시각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첫번째 수정을 하면서는, 좀 더 비주얼적으로 쓸 수 있게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작성하세요. 

혹시 눈으로 보여준 걸 한 번 더 언급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보여줄 방법은 없는지, 주인공이 속마음을 전부 다 대사로 내뱉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세요.


그리고 이러한 큰 틀에서의 첫번째 수정을 끝내고 나면, 이후 해야 할 것이 씬바이씬의 디테일한 수정인데요. 이때 살펴봐야할 것이 씬의 완성도입니다.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 바로 <시나리오 가이드>에 나오는 23개의 항목들인데요.

4. 막초고의 두번째 수정 이렇게 해보자.

이 항목들은 앞서 시드필드가 초안을 완성하는 단계 중, 세번째 단계인 '마무리 하는 단계'의 수정을 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물론 앞선 단계에서 사용해도 되지만, 솔직히 첫번째 수정할 땐 절반 이상은 새로 쓰는 씬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일일이 아래의 조항들을 대입하며 작성하기는 복잡할텐데요. 


따라서 막초고의 두번째 수정인 디테일하게 수정을 할 때, 씬바이씬으로 대입하면서 하면 좀 더 목적성있고, 깔끔한 씬들로 정리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 데이비드 하워드도 초고(막초고)를 쓸 때부터 아래 항목들을 유념해서 쓰는 것이 좋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몇개의 주요 항목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초고를 끝내고 고쳐쓸때 적용해보라는 권유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 p. 155입니다.


{이제 초고를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고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신인가? 이 신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일(스토리 전체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은 무엇인가? 그 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이 신은 언제 어디서 벌어지는가? 주요 등장인물들 중에서 이 신에 등장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초고를 쓸 때 이러한 질문들 이상의 압력을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것은 현명한 짓이 못 된다. 우선은 그냥 써라. 이러한 질문들을 염두에 둔 채 최대한 자신이 의도한 바를 표현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일단 초고를 끝내고 다시 고쳐쓰게 될때가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의거하여 자신이 쓴 것을 냉철하게 분석하라. (다음의 질문들은 모든 신들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 이것이 누구의 신인지는 분명한가?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이 신의 갈등은 무엇인가?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등장인물들과의 갈등인가? 조건 혹은 주변환경과의 갈등인가? 캐릭터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인가?

3.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는 신인가? 혹시 다른 시간 혹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질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4. 신의 처음에 등장해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신의 중간에 들어오는 인물은 누구인가? 신의 끝에 남아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5. 새로운 인물이 소개되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에 대한 소개가 관객에게 충분한 인상을 남겼는가?

6. 이 신이 시작되기 전에 인물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 신이 끝난 다음 인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7. 앞신과의 사이에 시간이 축약되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과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가가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었는가? 그 신 안에서 구사한 짧은 축약들은 분명하고 미더운가?

8. 앞신과의 사이에 비약적인 장면전환이 있는가? 뒷신과의 사이에는?

9. 준비신 혹은 여파신이 있는가?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가? 모든 신들이 준비와 여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10. 앞신과의 대비가 있는가? 뒷신과는? 모든 신들이 대비를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1. 인물들의 행동이 그들의 성격과 조응하는가? 즉 그들의 본성과 하고자 하는 일에 어울리는가?

12. 인물들의 행동에 동기가 있는가? 그 행동이 성격을 드러내고 스토리를 앞으로 진전시키는가?

13. 아이러니가 사용되었는가?

14. 행동의 통일성이 있는가?

15. 이 신은 주제의 측면에서 스토리의 나머지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가?

16. 장애물의 극복은 충분히 어려운가?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가?

17. 사건들은 개연성이 있는가? 관객이 불신으로 뻗대진 않겠는가? 불신의 벽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정해놓은 게임의 법칙을 어기지는 않았는가?

18. 이 신에서 일이 잘 풀릴지 그렇게 되지 않을지를 관객은 언제쯤 알게 되는가? 관객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은 언제 알게 되는가?

19. 대사가 캐릭터를 반영하고 있는가?

20. 캐릭터의 내면세계가 행동과 대사와 반응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가?

21. 미래의 요소가 사용되었는가?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이 신은 스토리를 제자리에 묶어두는가 아니면 앞으로 전진시키는가?

22. 실제로 영화를 만들어갈 사람들을 위해 비주얼에 대한 언급과 제안과 계획 따위를 충분히 표현했는가?

23. 이 신은 전체 스토리에 분명히 귀속되는가?}


이 항목들은 <시나리오 가이드>의 챕터3에 나오는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대부분의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책 한권의 요약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쭉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 직관적으로 이해되실 거라 예상되는데요. 몇 가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제가 따로 포스팅을 해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우선은 디테일한 씬 수정을 할 때 참고할 23가지 항목들이 있다는 것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하구요. 이러한 작법에 대해선 시나리오 가이드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찾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하네요.


또한 이 단계의 수정을 할 때 무엇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경제적으로 압축하고, 가능한 한 잘라내라는 것인데요. 대사나 지문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씬 즉, 앞서 23번에 해당하는 신들은 가차없이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시드필드는 망설여지면 우선 잘라라!라고 까지 말하는데요. <시나리오 워크북> p. 248입니다. 


{신과 페이지들을 훑어가면서 그것을 읽고, 타자를 치고 깔끔하게 만들어라. 이 문장은 줄을 그어 없애고, 여기엔 몇 단어를 첨가하고, 이 문단이 대사와 연결하는 등의 일을 하라. 긴장감을 높이고 다듬고, 압축하고, 갈고, 잘라내고 잘라내고 좀 더 잘라내라. 


대다수의 초보 작가들은 단어나 문단을 잘라내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가차없이 잘라내야 한다. 어떤 대사, 문단, 묘사, 신을 그대로 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진다면 잘라내야 한다는 뜻이다. 마무리 단계의 목적은 가능한 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저 또한 사실 잘라내기를 할 때 많이 망설이고, 잘 하지 못하는 편이긴 한데요. 얼마큼 잘라내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면 될 수 있는 한 정해진 분량만큼(영화 100~120분) 잘라내려고 노력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시나리오라면 3~5장이내, 드라마 대본이라면 1~2장 이내까지만 오버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막초고를 쓸 때는 분량이 넘치기 쉬우니, 두번째 수정을 하며 가능한한 분량을 맞출 수 있도록 해보세요. 분량의 제한이 오히려 더 창의적인 씬 전환, 시각적표현, 압축 등이 가능해지도록 만들기도 하니까요. 읽기 쉽고 압축적이고 경제적이고 시각적인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라는 것 명심하세요.

5. 모니터는 받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이렇게 초고가 완성되면, 이제 해야 할 마지막 순서는누군가에게 모니터를 받는 것인데요. 10년차가 넘어가는 저로서도 항상 모니터를 받을 때는 매우 신경이 쓰이고, 떨립니다. 작가란 항상 평가받아야 하는 직업이란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기도 한데요. 


데이비드 하워드는 모니터를 받을 때야 말로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확실하게 경험할 거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는데요. <시나리오 가이드> p. 159입니다.


{지금껏 언급한 것은 고쳐쓰기에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초고를 매만져서 앞뒤를 맞게 만들고 씨뿌리기나 예상하게 만들기 따위로 스토리를 연결시켜 놓은 다음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겪어야 하는 가장 끔찍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읽혀보는 것이다. 위에서 콘로이가 언급한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가장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뼈빠지게 고생한 작품을 누군가에게 읽히고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이 곤혹스러운 순간들을 몇 차례에 걸쳐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돌려줘봐,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될거야." 하는 식의 긍정적 사고를 익히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읽히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feedback)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자꾸만 연기하고 싶어하는 유혹에 굴복하지 말라. 그런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차라리 당신의 첫번째 독자가 보여준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고쳐쓰기 작업에 임하는 것이 좋다.


반응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반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꺼이 동의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다 고쳐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피드백은 잠재적인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것이 정말 반드시 고쳐야만 할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시나리오작가의 몫이다. 그러나 만약 최초의 독자 모두가 혹은 그들의 대부분이 동일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고쳐써야 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두 문장인데요. 저도 경험했지만, 처음 한 두편 시나리오를 쓰며 모니터를 받으면 이상하게도 잘 고치지를 못합니다. 그저 몹시 당황스럽거나, 화가 나거나(스스로에게, 솔직하게는 모니터해준 그 당사자에게), 그냥 다 접어 버리고 싶거나 한데요. 왜냐하면 대부분 평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몹시 방어적이 되거나, 내가 무조건 맞고, 그들이 틀렸다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사실 여러명이 똑같은 문제를 제기하면 어떤식으로든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더 전문적이니까, 저 사람은 일반인이니까 뭘 잘 몰라!하는 식은 옳지 않은데요. 


물론 시드필드도 말했지만, 고쳐야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건 작가 몫이긴 합니다. 따라서 모니터를 받고 나면 제기된 문제는 모두 소중하고 감사하게 고려해보되(여러분들의 작품을 시간을 내어 읽어준 것이니까요.), 여러명이 제기한 문제는 가능한한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하고 수정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만약 고쳐야 할지 말지가 잘 판단이 안된다면, 이 씬을 고치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해보시는 게 중요한데요. 그 이유란 것은 단순히 '내가 보기에 재밌으니까, 이게 빠지면 앞과 뒤 연결씬을 다 고쳐야 하니까' 등등의 막연한 이유가 아닌 작품의 개연성, 효율성, 감정선,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도덕성 등등, 뭔가 논리적이고 합당한 이유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는 이 씬을 왜 이렇게 썼나, 즉 이 장면의 목적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편한데요.


예를들어, 예전에 단막극을 쓸 때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의 돈을 훔치는 장면을 쓴 적이 있는데요. 감독은 돈 훔치는 시퀀스 땜에 길이가 길어지니까 그냥 잃어버리는 걸로 하면 안되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 시퀀스에서 관객이 느껴야 할 것은 '저래서 어째, 안타깝다!'였지 '아, 저 멍청이! 왜 저걸 저기다 흘려?'가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를 말하자, 감독도 납득하였고 그 씬은 수정하지 않았는데요. 간단한 장면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타인의 모니터를 검토하고 수정할 땐 명확한 그 씬의 목적(예의 경우, 감정상 안타까움이 목적)을 파악하세요. 그러면 잘 판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무시해야 할 모니터도 있습니다. 대충 읽고 성의없게 모니터를 하거나, 혹은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모니터(ex. 시사성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B급 코미디 모니터를 해주며 장르 자체를 무시하는 식의) 또는 '어떻게 고치면 좋겠다'거나 '문제점 지적'이 아닌 악플에 가까운 모니터 등이 무시해야 할 것들인데요. 


여담이지만, 당선이전에 아는 작가님에게 모니터 했다가 엄청나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장 반 정도 페이퍼로 모니터를 해줬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읽느라 죽는줄 알았다.' 이런 수준의 모니터였는데요. 그때 엄청나게 상처받고, 울고,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공모전에도 내지 않고 쓰레기통에 넣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친구가 다독여 이왕 쓴 거 응모는 해보라고 하였고,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었다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즉, 제가 그때 받은 모니터는 사실 쓰레기였는데요. 이런 악의적인 모니터에는 절대 상처받지 마시고, 완벽하게 무시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모니터는 할 때마다 긴장되는 것이지만 받으면 받을 수록 덤덤해지고 능숙해 집니다. 상처도 덜 받구요. 그러니 모니터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구요. 여러분들의 작품이 진심으로 나아지길 원하는 좋은 사람들의 뼈아픈 모니터는 아무리 아프더라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때까지 무럭무럭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6. 작품이 막힐 때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라.

마지막으로 언급해드릴 팁은 작품이 막혔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팁인데요.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친구와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전환이 되어 새 방향이 저절로 잡거나, 혹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혹은 내가 대체 이 얘기를 왜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두서없이 막 얘기하다가 문득 찾을 때도 있는데요. 작품이 막혔을 땐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썰을 푸는 편이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제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라는 건, 그 사람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냥 자신의 머리를 활성화시키는 손 쉬운 방법이란 건데요.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신기하게도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르거나, 머리보다 입이 먼저 이야기가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야 해!라고 막 떠들수도 있는데요. 사실 이럴 땐 좀 깜짝 놀랍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의 방향성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서 막 얘기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저는 제 얘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 누군가에게 제 얘기를 한 번은 해 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막혔을 때 매우 유용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방법이니 꼭 사용해보시길 바라구요. 만약 상대가 없다면 벽에 대고라도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시도해보세요.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는 것보다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자, 이상으로 시나리오 한 줄 줄거리부터 고쳐쓰기까지의 시나리오를 쓰는 순서에 대한 포스팅은 일단락 지으려고 하는데요.

앞으로 좋은 대사란 무엇인지, 지문 쓰는 법, 시나리오의 디테일한 작법, 그리고 작가의 에티튜드, 이야기라는 예술의 원론적인 부분들 등등 다뤄야 할 것들이 많지만, 우선은 한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까지의 과정을 따라와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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