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에 대해 기초부터 순서대로 포스트 하고 있는데요.
한줄 줄거리 쓰기 → 패러다임 정하기 → 네 페이지 시놉시스 쓰기까지 쭉 따라오셨다면 이제 등장인물에 대해 연구할 차례입니다.
1. 등장인물 연구가 왜 중요한가?
등장인물 연구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작가가 편하게 작업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인데요.
특히, 패러다임(구조)을 먼저 정하고 작업하실 분들은 이 작업에 좀 더 시간과 정성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정해진 플롯에 따라 등장인물을 끼워 맞추려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저 또한 처녀작을 쓸 때 이미 정해놓은 플롯 안에 캐릭터를 억지로 끼워 맞춰 정해놓은 결말까지 끌고 가다 보니,
주인공이 전혀 이해도 되지 않고, 개연성도 떨어지는 형편없는 시나리오를 쓰고 말았습니다.
플롯만을 절대 불변으로 여기고, 그에 맞춰 캐릭터를 구겨 넣다 보면 필시 이상한 글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따라서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구조 또한 함께 들여다보며 둘을 같이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로버트 맥기도 구조가 곧 등장인물의 성격이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곧 구조라며, 구조와 인물의 성격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질문은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165쪽 입니다.
{구조와 성격은 서로 맞물려 있다.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압력 밑에서 그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본모습이 드러나고 변화하는 피조물들이라면, 구조는 바로 그 피조물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둘 중 하나에 변화가 생기면 다른 한 가지 또한 바뀌게 된다. 만약 사건의 설계를 바꾸면 인물의 성격 또한 바뀐다. 만약 성격의 근원적인 특성을 바꾸려 한다면 그 성격의 변화된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자면 패러다임을 정하고 네쪽시놉을 쓸 때 이미 어느 정도의 캐릭터에 대한 방향성이 선택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따라서 네페이지를 쓴 것을 바탕으로 하여 캐릭터 연구를 하시면서 구조와 캐릭터가 완벽하게 일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을 창조해 나가시되, 부득이 하게 캐릭터의 방향성이 처음 생각과 달라져 결말 혹은 스토리가 달라져야 한다면(그리고 그것이 원래 이야기보다 낫다면) 적극적으로 수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어차피 이야기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발전과정 속에 있는 것이니까요.
작가라면 자기가 만들어낸 캐릭터를 마치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밀한 사람처럼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정해진 숙명인데요.
등장인물을 연구하는 방법은 사실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많은 작법책에서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 비교적 간단하고 효율성이 높은 「시나리오 워크북」에 나오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p. 81~91)
2. 당신의 등장인물의 네 가지를 정하라.
시드필드는 좋은 등장인물을 만드는 요소로 네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바로 '극적요구, 시점, 변화, 태도' 가 이 네가지 요소입니다.
1) 극적요구 (dramatic need)
극적요구란 시나리오 상에서 등장인물이 획득하거나 성취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캐릭터 연구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캐릭터가 하고자 하는 일이 사건의 진행을 만들고, 장애물과 갈등을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네 페이지 시놉시스를 쓰기 전에 ‘극적요구'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시놉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요령이 될 수 있습니다.
2017/08/1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시놉) 구조를 세웠다면, 네쪽짜리 시놉시스를 써라.
또한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바로 캐릭터의 극적요구인데요.
「시나리오 가이드」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정서적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얼마나 강렬하게 그것을 원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즉, 주인공의 열망이 강할수록 관객의 흥미도도 강해진다는 것인데요.
반면 그 요구가 도덕적인가, 비도덕적인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죠스>에서의 극적요구는 식인 상어를 잡는 것이고,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원수를 죽이는 것입니다. 전자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사람을 죽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둘 다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영화를 관람하게 됩니다.
이때 주인공의 열망은 반드시 처음부터 강렬할 필요는 없지만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는것이어야 한다고 시드필드는 강조하는데요.
실례로 죠스에서 주인공은 처음엔 상어 잡는 것에 미적미적한 반응을 보이지만, 갈수록 강렬하게 상어를 잡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반면 금자씨는 처음부터 복수에 대한 칼날을 갈고 있죠. 다만 처음부터 묘사가 되지 않을 뿐이지만요.
또한 극적요구는 소극적인 형태여도 상관이 없는데요.
예를 들어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은 ‘남의 일에 상관하기 싫다’라는 대단히 소극적인 극적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욕망의 크기는 매우 강렬한데요.
즉, 어떤 욕망이어도 상관없지만 등장인물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크면 클수록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기는 편해집니다.
시나리오 워크북에는 딱히 극적요구에 대해 몇 페이지를 작성하라고 하는 분량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대략 반 페이지 정도 작성하시면 충분하실 거구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 (안타고니스트, 조력자 등) 에 대해서도 모두 작성해주세요.
2)시점 (point of view)
시점은 등장인물이 세상을 보는 방법인데요. 좋은 등장인물은 항상 일정한 시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시나리오 워크북에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등장인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정하시면 되는데요.
몽상가나 이상주의자처럼 장밋빛 안경을 통해 보는지, <애니홀>의 우디앨런처럼 지치고 냉소적인 눈을 통해 보는지 등에 대해서 정하시면 됩니다.
채식을 해야 한다, 반핵을 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등의 가치관들도 전부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읽혀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의 시점은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과 더불어 ‘복수는 당한만큼, 혹은 그 보다도 더 심하게 돌려줘야 한다.’ ‘살인한 사람은 결코 속죄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너무 소중하고, 지켜야만 하는 존재이다.’ ‘친절해 보이면 안 된다’ 등등이 그녀가 가진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분량은 정해져 있지 않은데요. 반 페이지 정도 작성하시면 될 것입니다.
3) 변화 (change)
말 그대로 등장인물이 시나리오 과정상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대해서 규정하시면 되는데요.
잘 쓰여진 시나리오라면 주인공은 반드시 변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주인공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기 때문인데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어떤 이야기의 서두에서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로 묘사되는 인물을 접하고 나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 인물이 계속해서 아무런 비밀도 불만도 숨겨진 연애 행각도 없는, 여전히 모범적인 남편으로 남는다면 우리는 실망할 것이다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인공과 달리 조연이나 안타고니스트 등은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죠스>에서 안타고니스트인 식인 상어는 끝까지 사람들을 공격하고, <밀양>에서의 송강호도 끝까지 전도연 옆을 지키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어떤 성공이나 성장 혹은 패배, 역행 등의 변화를 겪는지에 대해 쓰시되, 조연이나 안타고니스트는 변화하지 않는다면 작성하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극적요구와 더불어 네페이지를 작성하기 전에 미리 고민해보셔도 시놉을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태도 (attitude)
간단하게 말해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지, 우세하거나 열등한지, 비판적이거나 소박한지 등, 캐릭터의 성격과 연관있는 인물의 태도에 대해 쓰면 되는데요.
이러한 태도를 작성하시면 초보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흔히 범하는 오류로써 캐릭터의 특징과 캐릭터의 성격묘사를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를 참고해보겠습니다. (p.107)
{초보적인 작가는 한 캐릭터에게 어떤 특징을 부여하고는 그것으로 캐릭터의 묘사가 완성된 것처럼 생각한다. 키가 크다거나 작다거나, 뚱뚱하다거나 말랐다거나, 대머리라거나 헝클어진 머리라거나 하는 것들은 그저 한 캐릭터의 특징에 불과하다. 이런 것만으로 캐릭터의 내면세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동차의 색깔만으로 그 안에 있는 엔진의 파워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다.
핵심적인 요소는 과연 그 캐릭터가 자신의 그런 특징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태도이다.}
즉, 큰 코를 가진 주인공이 그 코를 열등감을 가지고 볼지, 우월하게 바라볼지에 대한 태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것인데요.
그가 기쁜지 슬픈지, 강한지 약한지, 좋은지 나쁜지, 거친지 순한지, 비관적인지 낙관적인지 등등 인물의 태도로써 생각나는 모든 것을 작성하시되, 동시에 그가 자신의 외양적인 요소나 조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시면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작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반페이지 정도만 쓰셔도 충분하구요.
시드필드는 극적요구, 시점, 변화, 태도 이 네 가지가 서로 중첩될 수도 있다고도 언급하는데요.
태도는 시점으로 나타나고, 극적 요구는 변화를 야기하며, 변화는 등장인물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서로간에 겹칠 수 있으니 개의치 말고 생각나는대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번 작업은 좋은 등장인물을 만들어내서 시나리오를 잘 쓰기 위해 거치는 작업으로,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니 문법, 오타, 분량 등등 사소한 것들은 신경쓰지 말고 자유롭게 작성하시면 되는데요.
앞서 얘기했듯이 ‘극적요구’와 ‘변화’ 두 가지의 경우 네 페이지 시놉시스를 쓰기 전에 작성하는 것도 시놉을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요령입니다.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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