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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감 잡기

[글쓰기/작법] 드라마 쓰는 법. 미니시리즈 구조를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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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드라마 대본에 대한 구조 분석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요.

 

계획상으론 세부적인 시나리오 작법들을 다 포스팅한 후, 드라마 대본에 대해서 다루려고 했는데, 제 블로그에 'MBC 드라마 공모전'에 대한 정보를 올려놓은 후 해당 검색어로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보고,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포스팅만 올려놓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서둘러 작성해볼까 합니다. 시나리오 작법과 드라마 작법은 엄연히 다른 만큼 '드라마 감 잡기'라는 새 카테고리를 열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포스팅할 내용은 '드라마의 구조'에 대한 것입니다. 앞서 '시나리오 감 잡기'의 포스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완벽한 구조주의자 인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드라마 작업을 할때도 구조를 먼저 정하고 대본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드라마에서 구조를 잡고 쓰는 것이 그리 전통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1. 드라마 구조에 대한 고찰

타자기 벽화 사진

 

 

저는 원래 영화 시나리오로 데뷔를 했고, 워낙에 구조로부터 출발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굳어진 습관이라 처음 단막 의뢰를 받았을 때도 당연히 구조를 잡고 썼는데요. 영화판에서 드라마판으로 넘어오기 위해, 여러 미니시리즈를 분석해보았고, 그 안에서 제가 영화를 쓰는 작법과 접목이 가능한 일정한 구조를 파악해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제가 겪어본 다른 드라마 작가님들은 저처럼 구조를 생각하고 쓰는 분이 많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잘 쓰여진 글에는 구조가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그 이유는 그 작가님들이 의식하지 않았을 뿐, '체화'된 구조감이나 리듬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인 접근이 불편한 대본들도 있습니다. 모든 영화가 일정한 구조적인 틀로만 쓰여지지 않듯,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따라서 앞으로 말씀드릴 '구조를 잡고 드라마 쓰는 방법'은 어디까지나 제가 애용하는 작법이자 노하우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드라마 구조에 대한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그냥 소재를 잡고 무턱대고 쓰는 것보다는, 구조를 잡고 쓰는 방법이 초심자들에겐 훨씬 더 쉬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구조를 세우는 것은 건물을 짓기 전에 철골을 세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철골만 잘 세워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명백히 알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데요.

 

본격적인 포스팅 전에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읽고 오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분석한 드라마의 구조는 영화의 구조에 기반했기 때문에, 반드시 아래 링크로 가셔서 영화 구조에 대한 포스팅들을 먼저 읽고 오셨으면 합니다.

 

2017/08/0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구조), 한줄 줄거리를 썼다면, 구조를 세워라!

2017/08/11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구조) 영화 분석으로 시나리오 구조 익히기.

2017/10/18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2막쓰는 법. 중간점과 밀착점을 찾아라!

2. 16부작 미니시리즈의 구조를 파악해보자.

1) 아리스토텔레스의 3장 이론 + 중간점 = 미니시리즈 전체 구조가 보인다!

 

우선 제가 오래 전 미니시리즈의 구조를 분석하기에 앞서 세웠던 가설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그것은 바로 '16부작 전체를 한 편의 영화로 봤을 때 영화와 비슷한 구조감이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주목했던 것은 영화의 '중간점' 이란 개념이었는데요. 미니시리즈에도 이런 중간점이란 개념이 있다면  혼돈의 긴 2장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링크해둔 포스팅을 읽고 오셨다면 중간점에 대해선 모두 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중간점은 2막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는 에피소드나 일, 사건, 대사, 결정 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중간점을 파악하면 긴 분량의 2막을 둘로 나눔으로써, 전개 부분의 이야기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일단은 아래의 두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미니시리즈를 분석해보았습니다.

첫째는 '3장 이론에서 각 장의 분량 비율이 1 : 2 : 1인 것처럼, 16부에서는 4부 : 8부 : 4부로 각 장이 나눠지는 것인가?' 하는 것과, 둘째는 '2막이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지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편의 미니를 분석해본 결과 이런 구조로 쓰여진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었는데요. 저는 아닌 작품들은 차치하고, 위의 구조감이 있는 작품에만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세운 이 가설과 비슷한 구조의 드라마를 분석하고 구체화하면, 이후 이 구체화된 구조를 가지고 좀 더 손쉽게 구조감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그 후, 제 나름의 미니시리즈 패러다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아래의 표가 바로 그 패러다임인데요. 영화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 함께 그려보았습니다.

 

미니시리즈 패러다임표포인트들은 대략적인 위치로 작품마다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의 패러다임과 비율상으론 비슷한데요. 미니시리즈도 3장 이론의 황금비율인 1 : 2 : 1의 비율로 설정 : 대립(전개) : 해결이라는 내용으로 나뉘어집니다. 또한 각 장이 존재하는 만큼 각 장을 전환시키는 구성점들도 존재하는데요. 제가 가장 주목했던 ACT2가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어지는가?라는 가설 역시, 그렇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마 한편을 단계별로 분석해볼까 하는데요. 제가 예로 들 작품은 <내 이름은 김삼순>입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특별한 건 없고, 제일 처음으로 구조분석했던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지금 보면 3막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제 가설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2) <내 이름은 김삼순> 구조 분석

 

가. 구성점

 

우선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릴까 하는데요. '삼순이란 이름이 콤플렉스인 여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와 계약연애를 하다가 정말로 연애를 하게 되는 이야기. 첫사랑과 자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남자 때문에 많이 상처 받지만, 결국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서로 사랑하게 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제 영화를 분석할때처럼, 16부작 전체를 한편의 영화라고 치고 구성점을 찾아보며 각 장을 구분해 볼까 하는데요.

 

이 드라마의 구성점1은 4부의 중간쯤에 나오는 '계약연애만 하기로 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설레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구성점1으로 인해 '계약연애만 하는' 이야기에서 -> '진짜 연애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넘어가기 때문인데요.

 

구성점2를 살펴보면 12부의 45분쯤에 나오는 '남주인공 진헌이 삼순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입니다. 이 씬으로 인해 그 전까진 첫사랑 희진과 삼순 사이에서 양다리처럼 고민하던 그가 확실하게 삼순으로 마음을 굳히기 때문인데요. 즉 이 구성점으로 인해 '옛사랑과 삼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야기'에서 -> '삼순과의 사랑 이야기'로 전환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구성점을 중심으로 각 장의 내용을 나눠보면 아래와 같은데요.

 

ACT1 (1- 4부 - 설정) : 계약연애를 하기로 한 진헌과 삼순. 연애하는 척은 하되, 진짜 연애는 하지 않기로 하지만, 삼순은 그만 진헌에게 가슴이 설레고 만다.

ACT2 (5- 12부 - 대립) : 진헌을 좋아하지 않으려는데, 점점 사랑하게 되는 삼순, 하지만 진헌은 첫사랑 희진을 선택한다. 실연당한 삼순은 그를 잊으려 하는데, 진헌은 자꾸만 삼순에게 끌리고, 양다리 아닌 양다리를 한다.

ACT3 (13부 - 16부 - 해결) : 희진을 정리하고 오라는 삼순의 말에 힘든 이별을 하고 돌아온 진헌과 그를 믿고 지켜봐준 삼순, 오랜동안 사랑하게 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4부 : 8부 : 4부로 각 장이 나눠지는데요. 각 장은 설정, 대립, 해결이라는 내용을 정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즉, ACT1에서는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라는 설정을 ACT2에서는 '진헌의 사랑을 원하지만 첫사랑이라는 장애물로 인해 얻지 못한다'라는 대립부를, 그리고 마지막 ACT3에서는 '첫사랑과의 이별 후, 삼순과의 사랑'이라는 해결부를 다루고 있다는 건데요.

 

나. 중간점

 

그렇다면 이번엔 ACT2를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기 위해 중간점을 찾아보겠습니다.

 

이 작품의 중간점은 8부 30분쯤 '진헌의 집에 이른 아침 찾아간 삼순이 그가 첫사랑과 함께 있는 걸 목격하는 씬'인데요.이 씬으로 인해 그 전까진 고백도 하고, 그를 붙잡기도 하던 삼순이 실연했음을 깨닫고, 계약을 파기하거나 레스토랑을 그만 두는 둥, 그를 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첫사랑과의 해후에 정신이 팔려 삼순이 받은 상처따위는 생각도 못하던 진헌은 이때부터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멀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삼순에게 끌리는데요. 즉, 이 실연 사건을 전후로 '삼순의 짝사랑이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에서-> '실연 후, 잊으려는데 자꾸 양다리 거는 이야기'로 넘어간다는 건데요

 

위의 내용을 패러다임표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패러다임중간점을 기점으로 2막 전 후반의 정황이 바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구성점과 중간점을 통해 구조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 한 눈에 보이는데요.

즉, 계약연애(1막) -> 설렌다(구성점1) -> 삼순의 짝사랑이 깊어지다가(2막 전반) -> 실연(중간점) -> 잊으려는데, 양다리 걸어오고(2막 후반) -> 진헌, 삼순을 선택(구성점2) -> 희진과 이별 후 사랑(3막) 이런 식의 16부 전체의 흐름이 보인다는 건데요.

 

시나리오를 쓸 때 구조를 잡고 쓰는 이유가 이야기의 골격을 세워서 전체 줄거리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미니 역시 같은 이유에서 구조를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 밀착점과 세팅

 

이렇게 중간점을 찾고 나니, 밀착점의 존재에 대해서도 더욱 궁금해졌는데요. 밀착점 역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링크해둔 포스팅을 꼼꼼히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밀착점이란 '2막을 시작하고 중간점에 다다르기 전, 혹은 중간점에서 구성점2에 다다르기 전 징검다리'처럼 놓이는 포인트입니다.

 

위 작품의 밀착점들은 각각 아래와 같은데요.

밀착점1은 삼순과 진헌이 술에 취해 키스를 하는 사건(6부 30분쯤)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진헌을 좋아하지 않으려던 삼순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인데요.

 

역시나 마찬가지 이유로 밀착점2는 '선보는 삼순을 진헌이 훼방놓는 씬(10부 40분쯤)입니다. 왜냐하면 이때부터 진헌의 본격적인 양다리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밀착점까지 발견하자, 저는 미니시리즈의 패러다임을 영화와 비슷하게 대입할 수 있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는데요. 제가 사용하는 용어인 1막의 세팅이라는 개념도 당연히 존재할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드라마가 2부 안에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극전전제를 담아내니까요.

 

이렇게 세팅까지 포함한 모든 플롯포인트들을 잡고 보니, 영화의 패러다임과 매우 유사했는데요. 대략 각 2화에 한번씩 플롯포인트들이 존재했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패러다임표2대략 2부마다 플롯포인트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패러다임

 

세팅(2부 끝) : 진헌, 삼순에게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구성점1 (4부 중) : 삼순, 진헌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계약연애에서 진짜 연애감정으로.

밀착점1 (6부 중) : 삼순과 진헌, 술 김에 키스를 한다. -> 삼순, 진헌이 점점 좋아진다.

중간점 (8부 중) : 삼순, 진헌과 옛사랑 희진이 함께 있는 걸 목격한다 -> 실연 당하는 삼순.

밀착점2 (10부 중 ) : 희진과 연애 중인 진헌이 삼순의 선을 방해한다. -> 진헌, 양다리를 시작한다.

구성점2(12부 중) : 삼순과의 추억을 떠올리던 진헌, 그녀여야만 한다는 걸 깨닫는다. -> 삼순을 선택하는 진헌.

클라이막스 (13부 끝~14부) : 진헌, 희진과의 이별 후, 삼순과 사랑한다.

마지막 위기 (15부 중) : 희진이 마지막으로 이별여행을 가자고 한다.

3. 미니시리즈 패러다임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저만의 미니시리즈 패러다임표를 만들었는데요.

 

미니시리즈 패러다임표시드필드의 영화 패러다임에 기반하여 만든 미니시리즈 패러다임표입니다.(BY.우주써니)

 

위의 표를 보면 시드필드의 영화 패러다임과 거의 유사한데요. 그나마 차이점이라면 클라이막스의 위치일 것입니다. 영화에선 반드시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클라이막스가 위치하지만 드라마는 마지막화에 클라이막스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즉, <별에서 온 그대>나 <W>처럼 마지막화에 클라이막스가 존재하는 드라마도 있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커피 프린스> 처럼 마지막에 진짜 위기가 아닌 가짜위기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이름은 김삼순> 같은 경우는 '희진과의 이별'이라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애물이 14화에서 해결이 됩니다. 그래서 15부에 등장하는 '진헌이 희진과 이별여행을 가는 사건'은 위기처럼 보이지만 진짜 위기는 아닌데요.

 <커피 프린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여자면서 남자라고 속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그 전에 다 해결되고 이 작품의 마지막 갈등은 '유학'이라는 가짜 장애물인데요.

 

이런식의 전개가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멜로 드라마가 중심인 우리나라에서 12부가 넘도록 두 남녀가 이어지지 않는 것을 시청자분들이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둘이 알콩달콩한 모습을 꼭 1~2화 정도는 보여줘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설정 자체에 마지막에 둘을 헤어지게 하는 진짜 장애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이상, 이런 가짜 장애물들은 드라마에선 종종 이용됩니다.

 

즉, <별에서 온 그대>처럼 애초에 설정 자체에 '외계인인 남주인공이 원래 행성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장애물이 있다면 마지막화 이전에 충분히 서로 사랑하는 내용을 보여주다가 -> 헤어져야 하는 위기를 마지막화에 쓸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 장애물인 경우,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 이미 위기가 극복되어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가짜 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니시리즈 패러다임표에 따로 클라이막스의 위치는 쓰지 않고 '마지막 위기'라는 용어로 패러다임표를 완성했는데요.

4. 패러다임을 통해, 이야기의 흐름 및 줄거리를 파악하자!

<시나리오 워크북>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패러다임이란 아이디어를 구성한 '모양'을 말합니다. 즉 '줄거리를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라는 건데요.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시나리오 워크북 '패러다임' 챕터를 참고하세요.)

 

구조를 잡고 작업하는 방식은 미니시리즈에 비해 짧은 분량의 영화에서도 애용되는 방법입니다. 하물며 미니는 16부작이 넘는 만큼, 막연하게 소재와 설정, 캐릭터만을 가지고, 줄거리를 써나가는 방법보다는 이런 식으로 구조화를 먼저 한 후, 전체 줄거리의 가닥을 잡는 것이 개인적으론 훨씬 더 시간도 절약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쓰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미니시리즈의 긴 줄거리가 막막하신 분들이라면, 위의 패러다임처럼 구조를 잡고 작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구성점이나 중간점에 어떤 에피소드가 들어가는지 정확하게 구체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이런 성격의 전환점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정하고 가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위의 작품의 경우 중간점을 '삼순이 실연당하는 사건' 정도로만 정하고 넘어가시라는 건데요. '진헌이 아픈 줄 알고 이른아침 죽을 챙겨 집으로 찾아갔다가 희진과 함께 진헌이 있는 걸 목격한다'라는 구체적인 사건 묘사는 시놉을 쓸  때 혹은 대본을 쓸 때 정해도 충분합니다. 즉, 세부적인 에피소드에 집중하지 말고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정황'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건데요. 

이 단계에서의 구조화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보다 설계도를 그려서 16부작이라는 긴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염두하시길 바랍니다.

 

모쪼록 제 노하우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구요.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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