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그것>을 보고 왔는데요.
오래전에 스티븐킹의 원작소설을 읽고 장면장면은 공포스럽긴 했지만, 조금은 유치하다고 기억하고 있던 차에, 새삼 원작까지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 관람이었네요.
주인공이 형제의 죽음을 상처로 안고 있다는 설정과 아이들이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 그리고 성장물이란 점에서 <스탠바이미>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스탠바이미>가 아름답고 잔잔한 성장 영화였다면, <그것>은 잔혹하고 루나틱한 성장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한국인의 정서상 '삐에로 공포증'이 있는 분은 드물텐데요.
그래서 저도 소설을 읽을 때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것만큼의 공포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설에서 빨간 풍선과 함께 등장하던 삐에로의 모습 또한 책을 읽으면서는 그다지 공포스럽다거나 하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영화에서 초록색 풍경 속에 유난히 빨간 풍선을 들고 등장하는 삐에로 페니와이즈의 모습은 매우 기묘한 위화감을 풍겨 상상력을 자극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영화가 아동물이 되지 않도록, 성숙하게 연기를 해준 아역 연기자들과 페니와이즈에 빙의된 듯한 빌 스카스가드의 연기력도 좋았지만, 특히나 미술과 촬영과 CG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아이들의 내면 속 공포를 거울로 비추듯 반사해 보여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를 사냥하는 '그것'의 모습은 원작소설 보다 훨씬 더 무섭고, 보고 있는데도 상상력이 마구 자극되는 색다른 공포였습니다.
비주얼 적인 것도 좋았지만, 이야기 속에 내재된 숨은 의미 찾기 또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였는데요.
27년 주기로 마을에 나타나는 광대 페니와이즈가 상징하는 건 아이들의 집단 트라우마나 무의식적 광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공장 폭발 사고로 인해 집단적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가지고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은 후 그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또 그 아이들이 성장해 자기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고... 이런 하나의 루틴 같은 것이 떠올랐는데요.
그래서 단순하게 27년마다 그것이 돌아온다는 설정도, 영화의 배경인 1988년이란 시대를 떠올렸을 때 아이들이 성장해 부모가 될 정도의 시간이란 느낌이 들어 굉장히 철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전쟁의 상흔 때문에 상처받은 우리대의 부모님들과 또 그 부모님들에게 상처 받은 우리들, 그리고 우리 자식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조금 특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삐에로를 보며 한국 전쟁까지 떠올린 제가 조금 과민하긴 했지만, 그래서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장면들도(두 세군데 정도였지만) 상처받은 아이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생각 때문에 별로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그것'과 직접 대면해서 공포를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스토리 라인 또한 자신의 대에서 트라우마를 끊어내려는 시도 같이 느껴져서 더욱 응원하면서 보게 된 거 같구요.
굉장히 무섭기도 했지만, 공포영화에서는 드물게 느껴지는 어떤 정서나 울림도 맛보게 해준 영화였네요.
어쨌든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저 '그것'을 아이들을 헤치는 무서운 광대정도로만 생각하며 영화를 관람하신다면 조금 유치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구요.
잔인하고 징그러운 장면이 의외로 많습니다. 주의하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원작보다 더 재미있었던 영화 <그것>,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4별사탕 만점이구요.
오랜만에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개인적으로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파트 2도 기대되네요. ^^
개인적인 감상평이니 다른 분들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 여부를 결정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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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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