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고 왔는데요.
설경구씨의 연기도 훌륭하고, 장르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요.
설경구는 정말 동시대에 살아서 감격스러울 만큼의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70대 노인 특유의 둔탁하고 둔한 손, 경련이 이는 눈, 멍한 표정, 기억을 잃었을 때와 돌아왔을 때의 180도 다른 눈빛 연기...
개인적으로 내년 대종상은 이 배우가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네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라스코니리코프가 떠오르는 인물 설정을 해 놓고, 살인자와의 대결만 강조하다 보니,
응당 이 설정에서 나와야 할 살인과, 죄와, 벌에 대한 고찰은 사라져 버린 듯 한데요.
영화 자체를 너무 장르적으로 끌어가다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상하게 꼬여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대결을 위한 구실인 딸의 존재만 급부상하게 되고, 결국 부성애만 잔뜩 강조된 채 정작 다다라야 할 종착지인 살인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희미하게 흐려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설경구가 자신은 살 자격이 없다며 살인마인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긴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이 죽인 희생자나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보여주지 않아 영화의 도덕적인 균형추가 무너지는데요.
살인마의 변명 속에서 일말의 죄책감이 계속해서 나오기는 하나, 진심어린 반성이라기보다는 두려움에 의한 죄책감에 가까웠고, 그래서 부성애만 눈덩이처럼 강조되어 감정의 발란스가 이상하게 부적절하게 보이게 됩니다.
물론, 그의 부성애는 충분히 감정이입이 되고도 남지만 이야기의 설정에서 응당 기대했던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쏙 빠진 느낌인데요.
가장 심각한 건 엔딩입니다. 개인적으로 감독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엉뚱하게 느껴진 반전 결말이었는데요.
이 이야기가 죄와 벌, 즉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지, 살인자의 부성애에 관한 이야기 인지, 아니면 기억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지 한순간에 혼란스럽게 만드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나마 부성애로 끼워맞춘 영화의 통일성마저 마지막 반전에서 모두 부인해 버리고야 마는데요. 메멘토에서 이미 보여줬던 인간의 유리같은 기억력에 대한 안쓰러운 고찰을 왜 또 여기서 끼워팔려고 한 것인지 조금 어리둥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치매에 걸려 기억을 깜빡깜빡한다는 것을 그저 하나의 설정으로만 표면적으로 다뤄놓고선, 마지막 그 한 장면만으로 관객들이 시간과 기억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찰을 얻기를 바랬다면 조금은 관객을 무시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그럼에도 보는내내 영화는 흥미진진하고 꽤 재밌었습니다. 결말이 매우 궁금하기도 하구요. 근데 한편으론 아, 결말은 궁금한데 후반엔 과정이 좀 지루하네,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스러웠구요.
논란이 있었던 설현씨의 연기는 아직까지 스크린 연기에 도전할만큼의 내공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못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냥 브라운관에 좀 더 맞는 연기를 한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네요. 워낙에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를 해서 조금 더 어색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공유씨도 항상 연기를 꽤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씨와 이병헌씨 사이에서 연기할 때는 정말 많이 부족해 보이더라구요. 연기란 것은 항상 절대적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일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아 그당시엔 조금은 놀랬던 색다른 발견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다고 설현의 연기가 크게 부족한 연기는 아니었던 거 같구요. 오히려 뒷부분 클라이막스로 가면서의 감정연기는 되레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영화의 결말이 실망스럽다보니 원작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이후에 시간 날때 읽게 되면 영화와 비교해서 한번 포스트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네요.
<살인자의 기억법> 제 별사탕 점수는요.
뭔가 아쉽지만, 볼만은 하기 때문에 5별사탕 만점에 3별사탕이구요.
그냥 장르적인 스릴러만을 기대하고 가신다면 충분히 만족하고 극장을 나오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 여부 결정하시구요.
구독과 공감을 눌러주신 여러분, 당신은 나에게 천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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