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 입니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입니다.
앞선 글에선 소위 충무로에서
글빨(?) 좀 휘날린다는 작가님들의 흐뭇한 사례를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화려한 레드카펫에 가려진 가장 어둡고, 초라한...
쓸쓸하기만 하고 찬란하지는 않은,
많은 신인 작가들의 위상과 처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십년 전 제가 막 공모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신인작가들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판매 금액은 고작 2천만원이었습니다.
'2천만원이 뭐 작은 돈이야? 완전 목돈아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일견 맞는 말이지만,
슬프게도 시나리오라는 것이
자고 일어나면 뚝딱 차려져 있는 우렁각시의 아침밥상 같은 게 아닙니다.
짧게는 6개월에서 일 년,
길게는 몇 년에 걸쳐 한 작품을 다듬고 다듬은,
혹은 수년간의 여러 쓰레기 같은 습작을 걸쳐
이 세상에 아껴아껴 내놓은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2천만원이란,
몇 년간의 노력으로 켜켜이 쌓은 노하우와 인내에 대한 소중한 댓가일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탈고를 하는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이 그렇겠죠.)
얼핏 목돈으로 보이는 이 2천만원이라는 금액이
만약 1년 동안 작업해서 번 2천만원이라면...?
혹은 2년 동안 작업해서 번 2천만원이라면...?
그 작가의 연봉은 어떻게 될까요?
그나마 최근엔 신인작가들도 4천만원 정도로 초고 계약을 하는 경우도 더러 봤지만,
이건 매우 좋은 영화사를 만났을 경우입니다.
보통은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현재에도
2천 5백에서 3천 정도에 계약을 하며
그것보다도 훨씬 더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리지널이 이 정도 형편이니, 각색같은 경우는 더욱 열악합니다.
신인작가의 경우 보통 각색은 1천~ 2천 정도를 받는데
항상 몇 번 수정을 하느냐에 관해, 계약상 조율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500만원에 석달 ~ 넉달, 혹은 6개월까지 작가를 붙들어 놓고 3고, 4고
계속 뽑게 하는 악덕 영화사들도 있습니다.
한 두달 생활비를 줄테니, 두어달만 각색 좀 해달라며
부탁하는 영화제작자분들도 더러 계시죠.
심지어 작가 타이틀은 올려줄테니,
무상으로 봉사하라는 말을 선심쓰듯 하는 제작자분들도 계십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몇 년전 최고은 작가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레짐작으로 아사일 거라고 몰아갔던 것은,
단순히 남의 불행에 대한 불순하게 반짝이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지독하게 썩을 대로 썩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죽어 마땅한 주제에 서슬 퍼렇게 살아 숨쉬고 있는...
가난한 작가들 밥을 밥 먹듯이 굶기고 있는...
저승사자 같은 충무로의 악습을 모두가 느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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