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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기(기초/심화) - 클라이막스를 정하고 한 줄 줄거리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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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개인적으로 로그라인이라는, 한줄 줄거리를 완성하는 단계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꼭 함께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절정, 클라이막스입니다.

 

 

로그라인에서 시나리오를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 맞긴 하지만,

사실 저는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로그라인 조차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하는데요.

제 경험상 클라이막스를 생각하지 않고 만든 로그라인은 등대만 만들어 졌지,

그 등대에 불이 켜질지 안 켜질지 장담하기는 어려운 불완전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왜 벌써 클라이막스냐? 이야기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벌써 클라이막스를 알 수 있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제가 말하는 클라이막스란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클라이막스가 아니라,

작품의 절정에서 전달하고픈 작가의 어떤 가치관이나 생각, 통찰력, 감정의 총체적인 느낌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취준생의 죽음에 대한 대본을 써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시나리오는 아니고 드라마 의뢰였습니다. 저작권의 문제상 이 에피소드를 공개합니다.)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기만 하면 되고, 마지막에 취준생이 죽으면 되는 결말로 아무 내용이나 써달라고 했는데요.

 

제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 주인공의 욕구가 무엇인지, 장애물을 뭘로 할지,

무슨 스토리가 재밌을까, 이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뭘까?’였습니다.

그건 다시 말해, ‘이 이야기의 절정에서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나 주제는 뭐지?’

라는 말과 같은 것인데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엄마가 차려놓은 따뜻한 밥 한 끼를 미처 다 못 먹고,

쓸쓸하게 죽는 아들에 대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이 뭉클하게 제 마음을 움직였구요.

이에 곧바로 정리되지 않은 여러 생각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취준생인 아들은 엄마를 위해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바쁘게 밖으로만 나돌았는데,

엄마는 그저 아들이랑 마주보고 밥 한 끼 같이 먹길 바랬을 뿐이었구나...

근데 그 밥을, 김이 모락모락나게 차려 논 그 밥을 아들이 못 먹고 죽었구나.

아, 가슴 아프다... 슬프다...’

 

이런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저는 다시 그것을 ‘우리는 평생 돈을 쫓고 소중한 사람에게 돈으로 보상하려 하지만,

사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와 같은 그럴 듯한 주제로 탈바꿈해 적었는데요.

이렇게 클라이막스에서 주제가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 주인공, 욕구, 장애물을 결정하는 건 쉬워집니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결정되어져 갑니다.

 

위의 내용을 로그라인으로 표현해 보자면,

주인공 -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취준생 아들이

욕구 - 죽기 전 홀어머니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려고 고군분투하다가,

결말 - 정작 엄마가 차려놓은 따뜻한 밥 한끼를 먹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는다.

 

예를 보니 어떤 것인지 아시겠나요?

즉, 로그라인(한줄 줄거리)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것인데요.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나오는 ‘주도적인 아이디어’와 비슷합니다.

책 내용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p.179 주도적인 아이디어

주제라는 단어는 작가들에게 점점 뜻이 분명치 않은 용어가 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 전쟁, 사랑 같은 것들은 주제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설정이나 장르들에 연관되어 있다.

진정한 주제는 한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한 이야기 속에서 더 이상 축약할 수 없는 의미를 표현해 주는 의미가 명쾌하게 드러나는 한 문장.

필자는 개인적으로 주도적인 아이디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중략…

전제가 성립되고 그에 따라 작업이 시작되고 나면

머릿속에 들어오는 모든 생각들을 모두 전개시켜 봐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영화는 하나의 아이디어(주도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EX. <사랑의 블랙홀> - 조건 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때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채워진다.

<위험한 관계> - 우리가 상대 성(性)을 두려워할 때 증오는 우리를 파괴한다.

 

로버트 맥기의 방식대로 굳이 저렇게 멋진 문장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저렇게 깔끔한 문장으로 쓰기는 어려울 거에요.

저도 그래서 주도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하기 보단 

제일 먼저 클라이막스를 생각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인데요.

 

절정에서 전달하고 싶은 어떤 감정, 어떤 정서, 어떤 느낌이

마음에 확고하게 생기기만 한다면- 작가가 제일 먼저 그 절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그제야 오케이! 준비 끝이 되는 거죠.

그러면 이 클라이막스가 로그라인이라는 등대에 불을 켜주고,

반드시 완성도를 올려줄 것입니다.

 

혹시 이런 의문을 가지실수도 있습니다.

‘난 그냥 악당을 쳐부수는 액션 장르를 쓸 거라 저런 식의 가치관이랄지 클라이막스의 감정같은 건 없는데?

그냥 오락물에 왜 저런 심각한 게 필요해?’

 

하지만 액션물이든, 코미디 물이든, 호러물이든 간에,

반드시 절정에 여러분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어떤 것이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래야만 하구요.

예를 들어 위의 의문제기처럼 ‘주인공인 보안관이 악당을 처치하는 액션물’을 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번째 작가는 악당을 정말 속 시원하게 처치하는 호쾌한 클라이막스를 씁니다.

관객들은 그걸 보고, “아, 저 악당 죽어서 속이 다 시원하군. 역시 정의는 승리하는 것이야!”

이런 감정을 느낍니다.

 

두 번째 작가는 정말 처절한 사투 끝에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악당을 처치하는 클라이막스를 씁니다.

그걸 본 관객들은 “아! 역시 악을 이기는 건 참 힘들어! 정의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저것이야 말로 현실이지!”

라는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둘의 클라이막스 중,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비교할 순 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가치관이 반영된 이런 정서가

(전자,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가치관 / 후자, 정의가 승리하려면 희생이 따른다)

반드시 포함되고 전달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걸 재미있게 전달하느냐 마냐는 이제부터 갈고 닦을 작법이나 스킬에 달려 있지만,

애초에 로그라인을 만들 때부터 그것을 정하고 출발하느냐 마느냐는

손 쉽게 작품을 제대로된 항구로 데려다줄지, 어렵게 갈지를 결정해줍니다.

 

물론 이 과정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를 정한다는 건, 작가가 그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관, 철학 등이 반영된 그 짧은 한 시퀀스가 작품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조금 어렵나요? ^^; 아니면 쉬우신가요?

우선은 이러한 것도 있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소개하는 이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저 자신에게 편한 작법 순서이자, 노하우일 뿐입니다.

 

어떤 작가님은 캐릭터부터 완벽하게 파고 든후, 스토리를 발전시키는 분도 계시구요.

어떤 분은 그림이나 예술작품 하나를 보고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작법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여러 작법들을 공부하시고, 적용하시면서 좋다 싶으면 쓰고, 불필요하다 싶으면 버리세요.

그저 여러 도구들로 연습하면서 자신만의 편하고 독특한 작법을 완성해 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분명 잘 하실 수 있을거에요!

 

전달하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포스트가 너무 길어져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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