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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꾼. 반전처럼 보여주면 반전이 될 거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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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우주써니입니다.

최근 들어 관람한 영화들이 꽤나 실망스러운 터라, 잠깐 영화 권태기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한주가 넘게 영화관을 찾지 않았다가, 어제 현빈, 유지태 주연의 <꾼>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현빈씨가 그다지 좋은 시나리오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요.


영화 꾼 포스터


워낙 오랜만에 영화를 본 터라, 그럭저럭 즐기기는 했지만 세련되지도 영리하지도 않은,  조금은 심심하고 싱거운 상업영화였습니다.

적당한 눈요기거리는 됐지만, 권태기를 털어줄만큼의 영화는 아니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의 화자와 주인공을 헷갈리는 아주 기초적인 시나리오 작법상의 문제였습니다.

영화는 프롤로그에 현빈이 왜 사기꾼에게 사기를 치고 다닐 수 밖에 없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을 세팅을 합니다. 그에게 확실하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그의 목표를 각인시킴으로서 관객은 그에게 감정이입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재밌게도 그 이후, 영화는 현빈의 관점에서 진행되지 않습니다. 대신 비리검사인 유지태의 시점에서 영화가 계속해서 진행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주인공이 현빈이란 것을 머릿속으로만 알 뿐, 그에게 완전한 감정이입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현빈의 한수 앞을 내다보는 대단한 계획들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만 할 뿐, 저게 실패하면 어떡하지? 저 주인공이 지금 심정이 어떨까? 하는 등등의 감정선 라인이 증발해버리고 말았는데요.

물론, 당연히 그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왠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긴장감이 살짝 생기려고 고개를 내밀다가도 금세 자취를 감춥니다. 당연히 성공할거고 당연히 그가 이기는 게임을 하게 될 거라는 어떤 확신만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는데요.


그렇다 보니 오히려 악역 캐릭터인 유지태에게 이야기의 초중반동안 감정이입이 될 지경에 까지 이르릅니다. 그가 나쁜 사람이고, 벌을 받아야 할 인물인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현빈보다도 더 강렬하게 동기를 보여주고,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갈등과 장애물을 극복하려고 아등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중후반 부분에 다다르며 유지태 조차도 관객들에게서 감정적으로 분리시켜버립니다. 그래서 관객은 이 사기가 성공하길 바라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도 제대로 감정이입 하지 못하고, 이입됐다 분리됐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이른바 아예 전지적 시점에서 영화를 바라봐야 하는 혼란스런 지경에 이르는데요. 그러다 보니 후반쯤에 가다 보면 아예 이 시나리오의 판이 뻔하게 보입니다.


응, 저거 이런 속임수네. 곧 반전이 나오겠군. 응, 알아 그거 가짜 위긴 거. 미안, 나 그 반전 한시간 전부터 눈치챘어. 등등, 아예 스크린에서 분리된 채 이야기를 분석하기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장면장면 흥미롭거나 재밌는 부분들도 가끔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클리셰적인 대사와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루해서 몸을 베베 꼴 만큼은 아니었지만, 팔짱을 끼고 영화를 보게 만들었는데요.


워낙에 최근에 볼 영화가 없어서 그럭저럭 흥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반전과 이정도의 시나리오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영화계의 앞날은 굉장히 어두울 것 같네요.

반전처럼만 보여주면 반전이 될 거라는 착각, 자신이 만들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무지, 이 정도면 될 거라는 안일성...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 좀 더 치열하고,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이른바 '꾼'들이 만드는 한국 영화들이 부흥하는 시대가 다시금 도래했으면 좋겠습니다.


꾼처럼 행동하는 등장인물만이 등장하는 전혀 '꾼'들이 만든 것 같지는 않은 영화 <꾼>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2.5별사탕이구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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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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