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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미옥. 대상화된 미옥, 폭력성으로 여성성마저 끝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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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카리스마 있는 김혜수씨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포스터 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게 했던 영화 <미옥>을 보고 왔는데요. 하지만 보고 나니 좀 허탈해졌습니다. 

그나마 총과 눈물을 꺼내든 여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운 느와르 영화라는 점에서 뭔가 차별화를 기대했는데, 남성적인 폭력성으로 귀결되는 영화의 결말에 되레 더 착잡해지네요. 



주인공인 '미옥'은 의도된 연출 속에서 영화 초반부터 철저히 대상화 됩니다. 중반쯤까지는 주인공으로는 도저히 안 보일 정도의 존재감만 비출뿐 아니라, 그녀를 가져야 하는, 혹은 파괴해야 하는, 혹은 지켜야 하는, '그 무엇'으로 보는 인물들에 의해 철저히 대상화 되는데요. 심지어 문신으로의 시각화까지 해서 완벽하게 대상화에 성공합니다.


그것까지는 의도한 바대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터 느닷없이, 상당히 불쾌하게 들이대는 섹스씬들도 도구적으로만 소비되는 여성들 속에 '미옥'을 존재하게 함으로써, 좀 더 이후의 전복을 대비되게 하려는 효과 정도겠거니 하며 애써 넘겨보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다지도 도구적인 여성들과, 폭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남자들의 광기 사이에서 주인공 '미옥'은 똑같은 방식으로 전복을 시도하면서 주체성을 회복하려 합니다. 그 때문에 정말 허탈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그나마 그녀의 입에서 속 시원한 욕이 터져나오는 장면은 차라리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이제 주체성을 가지나 보다! 기대를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이후, 그녀가 전복을 시도하는 방법은 역시나 똑같은 폭력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폭력적인 이선균이 싫어 그를 끊어내려했던 그녀가 역시나 똑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끊어내는 모습에, 대체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왜 이래? 머리라는 건 없니? 총으로 해결하는 거 말고 다른 해결책은 도무지 안 떠올라? 친절한 금자씨처럼 계획이란 걸 좀 짜면 안돼니? 모성애라는 허울과 너희들의 사랑놀음에 아무 죄없이 희생된 저들은 뭐야? 제발 정신병원에라도 좀 가봐!! 하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는데요.


물론 미옥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이해가 갑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 지긋지긋했던 폭력으로 또 다시 스스로와 모든 것을 파괴할때, 그리고 그 허무하고 허탈한 결말에 정말 최악이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애초에 '미옥'은 자신의 비겁함과 무책임 덕분에 비밀이 커져갔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그리고 그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고 타인을 난도질함으로써 해결해 버리고 만다는 것에서 이 영화에 단 한명의 진짜 어른도 나오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앞서 성적인 도구들로 소비된 여성들의 모습들 또한 선정성 이외의 어떤 의미부여도 할 수 없게 되었는데요. 영화가 끝난 후, 일부 여성 관객들이 몹시 분개하는 소리조차 들리더군요. '아름답고, 잔인한'이란 문구로 관객을 낚아 '선정적이고, 잔악무도한' 으로 귀결되는, 그야말로 폭력과 섹스만을 담은, 폭력 필름을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도 그 분개에 동의하는데요. 좋아하는 배우들이 이러한 시나리오 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소재고갈의 최정점에 와 있는 한국영화의 현실과 그러한 것들밖에 제작하지 않는 편중된 제작환경에 대한 씁쓸함 때문에, 좀 더 심하게 악평을 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네요.


영화에 나오는 '뒤도 안 보고 가더라'라는 대사를 관객들이 실천해야만 할 거 같은 영화 <미옥>!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1.5별사탕이구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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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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