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침묵하고 싶지도, 침묵을 깨고 싶지도.

반응형

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최민식, 박신혜 주연의 <침묵>을 보고 왔는데요. 그동안 비열한 악역 연기를 자주 하던 최민식이 <명량>에 이어 다른 감성을 보여주는 영화를 찍은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반가웠는데요. 

솔직한 감상평을 얘기하자면, 침묵하고 싶을만큼 재미없지도, 침묵을 깨고 요란을 떨만큼 재미있지도 않은, 그럭저럭한 영화였습니다.


침묵 포스터


사실 설정은 매우 흥미롭긴 합니다. 최민식은 굴지의 그룹 회장으로 나오는데요. 딸과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유명 가수 이하늬와 약혼을 하게 되면서, 딸과 약혼녀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일어납니다. 그러던 중 이하늬가 살해당하면서 그의 딸이 범인으로 지목받게 되는데요. 이후 영화는 과연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얘기를 끌고 가게 됩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드문드문 계속해 하얗게 세상을 덮는 눈의 이미지를 등장시키는데요. 마치 진실을 덮으려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꽤나 세련된 느낌으로 연출 됩니다. 그래서 최민식이 영화 초반 첫눈 얘길 꺼낼 때부터 '오호 계절도 연출에 활용했구나, 좋은 연출이야!'라고 생각하며 호기심 어리게 영화를 지켜봤는데요. 또한 초반에 제목 타이틀이 뜨지 않길래 꽤나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침묵>이라는 타이틀이 뜨더군요. 감독이 그렇게 한 의도도 충분히 이해가 갔고, 극적으로 충분히 효과 있는 구성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독의 구석구석 세심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영 미적지근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밸런스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에 있는데요. 초반 흥미로운 세팅 이후, 영화는 전개 부분 내내 관객에게 한 명의 범인을 예측시키면서 뻔하게 흘러갑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관객을 몰아갔기 때문에, 반전의 효과는 훨씬 더 극대화되긴 했지만, 문제는 그 과정이 뻔하고 지루했다는데 있었는데요. 

영화는 보는 내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지, 마지막만 반전만 놀랍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요.  차라리 감독이 한 방향으로 범인을 몰아갈게 아니라, 정말 진실이 뭔지 헷갈리게 만들었다면 좀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주의! 아래부터는 결말이 유추될 수 있는, 약스포 포함입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말아주세요~)


또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결말에서 보여주는 부성애가 너무 당대적이지 않고, 올드한 느낌이 들었다는 건데요. 솔직하게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냐 아니냐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흘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민식의 뛰어난 연기력과 그렇게 밖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회한이 느껴져서지, 결코 그의 부성애 표현방식에 동의되었다거나 감흥되어서는 아닌데요. 


여태 딸에게 사랑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나 큰 희생을 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부성애냐!라는 식의 클라이막스의 느낌은 대단히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위로 비장한 음악을 깔고 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이냐!라는 식의 감동을 쥐어짜는 후반 시퀀스가 길게 이어지자, 이건 아닌데 싶었는데요.


물론, 희생이란 원론적인 가치에 대해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희생은 숭고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의 비극적 사랑에 대해 영화가 안쓰러운 연민으로 고찰하는 게 아니라, 오오! 이 얼마나 대단한 부성애인가! 하는 식으로 포장한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최민식의 선택에 안쓰럽고 눈물이 나면서도 그의 일방적이고 자기 만족식의 사랑방식이 진정한 부성애라는 느낌으로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큰 희생만 하면 눈물이 나고 대단하다고 느껴질 거라는 이 착각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만나, 침묵이 아닌 열광을 이끌어낼 꺼란 기대를 자아냈던 영화<침묵>!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3 별사탕이구요.

앞서 말씀 드렸지만 마냥 재미있지도, 무작정 재미없지도 않은 그럭저럭인 영화이니 만큼 정말 궁금하신 분들은 관람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시구요.

공감과 구독을 눌러주신 여러분, 당신은 나에게 천사입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