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리뷰] <매혹당한 사람들>에 매혹당하다.

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을 보고 왔는데요.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콜린 파렐 등 화려한 캐스팅에 무척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통찰력 있는 연출이 합쳐져, 오랜만에 수준 높은 고전 한편을 눈으로 읽은 것 같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1864년 남북 전쟁으로 인해, 여자들만 남아 있던 기숙사에 적군인 존이라는 남자가 부상당해 임시로 머물게 되면서 여자들간의 은밀한 질투와 욕망이 서서히 드러난다는 이야기인데요.

 

적군을 치료해주며 크리스찬의 관용과 품위를 보여주려던 여자들은 매혹적인 남성의 페로몬에 의해 점점 마비가 되듯 서로의 욕정을 은밀하게 드러내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게 접근해 갑니다.

남자 주인공인 콜린 파렐 또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속에서, 모든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행동하는 바람에 감정들은 더더욱 거미줄처럼 얽혀 가는데요.

 

영화는 무료함, 권위, 질투, 시기, 욕정, 아첨, 분노, 공포, 살의 등등 거의 모든 종류의 네거티브한 인간의 감정들을 안개처럼 은밀하고, 촘촘하고, 오싹하게 펼쳐냅니다.

품위 있는 동시에 적나라하고, 부서질 듯 연약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영화의 분위기는 과연 지금껏 이런 무드의 영화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유니크한 톤이었습니다. 그래서 보는내내 너무나 감탄스러웠는데요.

 

은밀한 성적 긴장감과 로맨스, 팽팽한 감정싸움 등을 멜로 치정극 구경하듯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숨죽여 보다가, 어느 순간 왈칵 몰려오는 공포감에 등골이 다 서늘해지는 영화였습니다.

 

품격 있는 태도와 친절한 미소로 무장한 인간들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이 어긋날 때 얼마나 잔혹하고, 폭력적이고, 무자비해지는지에 대해 너무나 통렬하게 깨달을 수 있는 소름 돋는 이야기였네요.

 

또한 개인적으로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참 좋았습니다. 오프닝 때 평화롭게만 보이는 숲 속에서 아이의 허밍과 함께 들리는 먼 곳의 포격소리는 세팅이 완료되는 10분 정도 계속해서 들리며 마치 그 전쟁의 공간속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맛보게 했는데요.

 

크지도 작지도 않게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그 포격소리는 딱 그 정도로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면서, 이 공간 속에 있는 인물들이 조금은 병적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한방에 설명해내 버렸습니다. 정말 감탄했는데요.

 

그래서 그 이후, 남자의 등장에 다짜고짜 은밀한 광기를 드러내는 그녀들의 욕망들이, 개개인 인물에 대한 어떤 자세한 부연설명이나,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이상하게 납득이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오직 연기자의 작은 손짓, 눈짓, 표정, 한숨, 호흡 등등 미세한 연기 하나하나로도 그 인물의 과거와 현재와 감정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그러한 세심한 표현과 연출 때문에 제 취향에 더욱 맞는 영화가 된 것 같네요.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는데요. 그토록 자비로운 신앙인처럼 행동하던 여자들이 공포에 질려 결국 인간성의 파멸을 경험한 후, 마치 감옥 속에 갇힌 듯 기숙사의 두꺼운 철창문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 이야기의 결말로 너무나 딱 맞는 엔딩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는 내내 와, 이런 영화를 보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라고 느낄만큼 저는 좋았는데요. 제 취향이랑 맞는 영화라 더욱 그렇게 느낀 걸수도 있을 것 같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1971년도에 만들어진 원작도 관람 후, 비교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2017년 <매혹당한 사람들>! 제 별사탕 점수는요.

섬세하고 신경질적인 바이올린처럼 아름답고 클래식하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5별사탕 만점에 4별사탕이구요.

제 개인적인 취향이니만큼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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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