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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 주제를 '가치와 원인'으로 나눠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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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계속해서 주제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포스트를 하려는데요.

질문 내용은 '파멸이 주제라면 결말도 파멸로 끝나야 하나요' 였습니다.


지난번엔 클라이막스에서 주제를 찾는 자세한 방법과 왜 주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지에 대해 다뤘었는데요.

2017/11/03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시나리오 쓰는 법(심화/주제) 주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오늘은 주제를 한 문장으로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포스트하려고 합니다. 바로 '가치와 원인'으로 주제를 쓰는 방법인데요.


글쓰는 사진


사실 이것은 로버트 맥기의 방식이고, 저도 그렇게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소개 시켜드리는 이유는 시나리오를 처음 쓰시는 초보자분들에겐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왜냐하면 주제를 '원인과 가치(결과)'로 쓴다는 정해진 형식이 있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주제를 한 문장으로 써보라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치와 원인'으로 주제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쉽게 표현하자면 '~ 이유 때문에(원인)' '~ 가치로 종결되었다(가치)'라는 식의 형식으로 주제를 쓰라는 것인데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p.180입니다. (*로버트 맥기는 주제보다 '주도적인 아이디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사용합니다.)


{주도적인 아이디어(주제)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치와 원인'이 그것이다. 이 두 요소들로 구성된 문장은 이야기의 핵심적인 의미를 표현해 준다.

이때 '가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행동' 또는 '사건의 결과'로서 주인공이나 그가 살고 있는 세계에 불어닥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방향으로의 변화에 들어 있는 원천적 '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범죄극인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는 정의가 없는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로 되돌리면서 '정의가 회복되었다'는 식의 '가치'를 담고 있다. 

부정적인 결말을 가진 러브 스토리 <위험한 관계>는 사랑의 정열을 자기 혐오로 전환시키면서 <증오가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식의 정리를 내린다.}


여기서 로버트 맥기가 말하는 '가치'라는 것은 윤리적인 가치라기보다는 이야기로 얘기할만한 꺼리가 되는 관념적인 가치를 말하는 것인데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P.59~60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적 가치는 인간 경험의 보편적인 성격을 말한다. 이 보편적인 성격은 긍정으로부터 부정으로, 부정으로부터 긍정으로, 한 순간으로부터 다른 순간으로 옮겨다닌다.

예를 들어보자. 삶/죽음(긍정/부정)은 이야기적 가치이다. 마찬가지로 사랑/미움, 자유/속박, 진실/거짓, 용기/비열, 충성/배반, 지혜/어리석음, 강함/약함, 흥분/지루함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언제든지 대립항으로 옮아갈 수 있는 양면적 성격을 가진 경험 모두가 바로 이야기적 가치이다. 이야기적 가치는 선/악과 같은 윤리적 대립항으로 구성될 수도 있지만 희망/절망의 경우처럼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성격의 경험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


(*이야기적 가치가 서로 양면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맥기가 말하는 이유는 길고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지금은 다루지 않을 생각인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야기의 사건이란 등장인물이 ‘의미있는 변화’를 겪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의미있는 변화가 ‘가치의 변화’로 표현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야기는 ‘의미있는 가치의 변화’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변화 속에 놓일 수 있는 두 양면적인 가치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인데요. 로버트 맥기는 '아이디어 대 역 아이디어'라는 말로 주제에 대한 서로 반대되는 가치가 역동적으로 교차 되는 가운데 이야기가 진전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매우 쉽게 풀어서 쓴 것으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p. 59~61과 p.185~188을 참고하세요.)


책의 설명이 조금 어려우시다면 그저 삶속에서 유의미하게 얘기할만한 양면성을 가진 어떤 관념적 가치 정도로만 생각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야기적 가치에서 양면성이 중요한 이유 또한 '양면성이 없다면 치고 박고 논쟁 할 거리가 없기 때문에 얘기거리가 안된다'는 정도로 가볍게 이해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로버트 맥기는 주제에 이러한 '이야기적 가치'가 담겨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반쪽짜리라고 말하는데요. 반드시 그러한 '가치'로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함께 써야 진정한 주제가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책에서 예로 든 '정의가 회복되었다'라는 식의 가치로 종결되는 이야기만 쳐도 수백 수천편입니다. 따라서 그 가치에 다다르는 그 작품 만의 독특한 원인을 쓰지 않는 한 작품의 주제는 구별되지 않고 똑같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동일 저서 p.181~183입니다.


{원인은 주인공의 삶이나 그의 세계의 가치가 시작할 때와 반대의 가치로 전환하게 된 주요 이유에 주목한다. 복잡한 이야기에는 가치의 변화를 일으키는 다양한 동력이 있게 마련이지만 대개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것들을 압도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범죄극에서는 <정의가 승리한다>거나 <악이 승리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중 한가지만으로는 충분한 아이디어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각각의 명제들은 반쪽의 의미, 즉 이야기가 종결될 때의 가치만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요 전개 부분을 통해서는 주인공 또는 그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이유로 특정한 가치를 가지고 종결되었는가가 설명된다.


예를 들어 만약에 어떤 작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그 이야기의 가치와 원인을 포함하는 주도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주인공이 범죄자들보다 훨씬 잔혹하기 때문에 정의는 승리한다.> 더티 해리는 여기저기 형사다운 수사를 조금씩 하긴 하지만 변화의 주요 원인은 그가 휘두르는 폭력에 있다.

이러한 점을 파악하고 나면 이 이야기를 쓰는 데 어느 것이 적당한 에피소드이고 어느 것이 부적당한 에피소드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해리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범인이 피해자 옆에 흘리고 간 스키 모자를 발견하고는 확대경을 꺼내 들어 조사한 후 "흠, 범인의 나이는 대략 서른다섯, 붉은 머리에 펜실베이니아의 탄광 지역에서 왔군. 이 석탄 가루 좀 봐"라고 하는 장면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이건 셜록 홈즈이지 더티 해리가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 피터 포크의 <형사콜롬보> 이야기를 쓴다면 작가의 주도적인 아이디어는 ‘주인공이 범죄자보다 머리가 좋기 때문에 정의가 회복된다’는 것이 될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스키 모자의 경우 콜롬보에게는 적절한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예를 나열해서 정리해보자. <밤의 열기 속으로> - 지각 있는 흑인 방관자가 타락한 백인의 진실을 알아보기 때문에 정의는 회복된다. <사랑의 블랙홀> - 조건 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때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채워진다. <미싱> - 독재 정권은 부패한 CIA에 의해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계속해서 유지된다. <위험한 관계> - 우리가 상대 성을 두려워할 때 증오는 우리를 파괴한다.}


어떤 건지 대충 감이 오시죠?

즉 '가치'가 결말이라면 '원인'은 그 가치로 종결되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적 동인을 찾아 쓰라는 것인데요.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제를 찾기 위해선 먼저 이 얘기를 통해 과연 어떤 '가치'를 이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지를 먼저 찾아보세요. 그런 후, 이야기의 전개상 그 가치로 종결되는 가장 큰 원인을 찾아내신 후, "~ 때문에 ~라는 가치로 종결된다." 라는 문장으로 주제를 작성하시면 된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죠? ^^


자, 그렇다면 계속해서 '주제가 파멸이라면 결말도 파멸이어야 하나요'의 질문에 대한 답도 해보겠습니다. 사실 앞서서 이 질문은 전제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드리긴 했는데요. 이야기가 먼저지 주제가 먼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질문에 굳이 대답을 드린다면 "yes"인데요. 

(*혹시 질문에서의 주제라는 용어를 소재 혹은 제제와 혼동해서 사용하셨다면 대답은 No입니다. 소재가 파멸이라는 것은 파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뜻이지 말하고자 하는 게 파멸은 아니라는 것이니까요.)


왜냐하면 같은 이야기라도 결말이 바뀌게 되면, 그 이야기의 주제 또한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집착과 질투에 눈이 멀 때, 사랑은 파멸된다'라는 주도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칩시다. 근데 이야기를 쓰던 중 결말을 바꾸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사랑이 파멸되지 않고, 이루어지는 쪽으로 작성했다고 칩시다. 이때는 당연하게도 이야기적 '가치'가 바뀝니다. 즉 '사랑의 파멸'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 가치로 종결되는 이유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집착과 질투에 눈이 멀어서'라는 이유로는 '사랑이 완성된다'는 결말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 결론에 다다르는데 합당할 수 있는 원인인 '집착과 질투를 버릴 때' 정도의 원인으로 교체되야 합니다.

따라서 이때의 주도적인 아이디어는 '집착과 질투에서 자유로워질 때, 사랑은 완성된다.'정도로 아예 다른 주제가 되어 버립니다. 즉, 다시 말해 결말이 바뀌면 주제는 전혀 다른 것이 됩니다. 결말이 파멸이 되지 않는다면, 그 반대적 가치가 급부상하게 되고 결국 주제는 그 반대적 가치에 다다라 주제가 바뀌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질문해주신 '파멸'이란 단어는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로버트 맥기식의 '가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파멸'이란 용어는 어떤 다른 가치의 종결을 설명하는 용도로 사용되야 할 단어 같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를 든 '집착과 질투에 눈이 멀 때, 우리는(사랑은) 파멸된다.'라고 주제를 작성했다고 쳐 봅시다. 이때 언뜻 보면 '파멸'이 가치가 아닌가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여기서 파멸 된 것은 '사랑 혹은 관계' 입니다. 즉, '집착과 질투에 눈이 멀 때, 사랑이 파멸된다'라는 문장이 좀 더 완벽한 문장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가치는 '사랑 혹은 미움'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파멸' 하나만으론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앞서 '정의가 회복되었다'라는 문장에서의 '회복'이란 단어와 같은 용도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말씀드렸다시피 주제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이므로, 주제를 알아 내기 위해선 좀 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셔야 하는데요. 자신이 정한 주제가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결말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는 것 명심하세요. 로버트 맥기 또한 주도적인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절정부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p. 183~184입니다.


{이야기의 주도적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선 이야기의 종결부를 검토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절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결과로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떤 종류의 가치(긍정적 또는 부정적)들로 충만하게 되는가? 그런 후에는 이 절정으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의 기본적인 준거들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이런 가치들을 현실화시켜 주는 가장 주된 이유, 동력, 수단은 어떤 것들인가? 이 두 질문들에 대한 대답하는 문장이 바로 작가의 주도적인 아이디어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어디까지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쓰는 이유는 작가가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또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일 뿐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하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저처럼 주제를 쓸 때 그때 그때 떠오르는 유의미한 문장으로 편하게 쓰셔도 되고, 로버트 맥기의 방법처럼 '가치와 원인'으로 쓰셔도 됩니다. 다만, 유념하실 점은 주제를 찾아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글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겠죠!


이번에 '좋은 주제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루려고 했는데, 포스트가 계속해서 실용적인 작법보다는 너무 심화과정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나중에 작가의 에티튜드에 대해 얘기하면서 천천히 다루도록하겠습니다. ^^


조금 어려웠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심도 깊은 얘기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구요.

오늘도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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