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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 기획의도와 시놉시스 어떻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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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댓글로 질문해주신 내용을 가지고 포스트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기획의도는 어떤 기준으로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등장인물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하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입니다. 

(주제에 대한 질문도 같이 하셨는데, 질문의 성격이 달라서 이 부분은 따로 포스트 하도록 할게요.)

더불어 공모전 등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놉시스는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해 보겠습니다.

1. 기획의도는 어떻게 써야 할까?

1) 기획의도, 왜 쓰는 것인가?


공모전 출품이나 혹은 여타 작가 계약을 하고 일을 할 때, 기획의도와 등장인물이 포함된 시놉시스 또는 기획서나 기획안 등을 작성해야 하는데요. 

'기획의도를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우선 기획의도는 왜 쓰는 것인지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트와 펜 그림


공모전에서 기획의도나 시놉시스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시나리오를 전부 다 읽기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몇 장 분량의 기획의도와 시놉시스를 읽고 이 글이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파악하려는 것일텐데요.

따로 영화사와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 할 때도 기획안을 쓰는 이유는 피디나 투자자 등에게 이러한 좋은 의도를 가진 괜찮은 작품을 메이드 하려고 한다라고 '어필하기 위해서' 입니다.


공모전이든 아니든 기획의도를 잘 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어필'이란 부분에 있는데요. 따라서 기획의도는 어떻게 써야 한다거나, 혹은 어떤 기준으로 써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 글을 쓰게 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심사위원이나 피디 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여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다룬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댄싱퀸>이라는 시나리오를 A라는 작가와 B라는 작가가 각각 썼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는 상업적인 코미디물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메리트이자, 핵심 기획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공모전 심사위원이나 투자해줄 투자자에게 이 시나리오를 어필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상업 영화를 기획하고 싶었다'라는 취지의 기획의도를 작성할 것입니다.


반면 작가B는 똑같은 내용의 작품이지만 <댄싱퀸>의 가장 큰 메리트가 '꿈을 잃은 아줌마가 꿈을 찾는 이야기에서 오는 정서적인 감동과 사회적 메시지'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어머니와 아내로써 희생하는 수 많은 엄마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기획의도를 작성하게 될 것입니다.


즉, 기획의도를 '어떤 기준으로 써야 하는가'라는 것은 그 글을 쓴 작가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여기는지, 혹은 어필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해당 작품을 쓰고 있는 작가만 할 수 있겠죠.


2) 좋은 기획의도를 쓰려면?


그렇다면 좋은 기획의도란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이 질문도 객관적인 정의를 내리기엔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기획의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물어본다면 조심스럽게 첨언해보려고 하는데요.


좋은 기획의도란 자신이 쓴 작품에 녹아있는 작가의 정체성이랄지, 성향, 아이덴티티등이 반영된 자신만의 진정성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의도는 자신의 작품 중 제일 처음 보여지는 글이고, 그 글로 심사위원 혹은 피디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진짜를 쓰는 것,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픽션인 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등 가상의 작품을 쓸 때도 작가의 성향은 드러나지만, 그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글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시나리오나 드라마 문서들 중에선 '기획의도'일텐데요. (물론 수필이나 일기만큼은 아니겠지만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소현경 작가님의 기획안들을 보면 항상 사회적인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글이 착하고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연민이 포함되어 있죠.

한편 홍정은, 홍미란 작가님의 기획안을 보면 조금 트렌디하고, 유쾌하고 가볍게 쓰여져 있습니다. 

즉, 각자의 정체성과 개성이 기획의도 안에도 솔직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물론, 기획의도란 것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누군가를 향한 '어필'을 목적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꾸미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그럴듯하게 쓰는 것 보다는 '작가가 믿고 있는 것, 이 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는 이유가 진정성있게 표현'되는 편이 좀 더 괜찮은 기획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필력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공모전이라면 생면부지의 신인 작가를 검증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강할 것입니다. 따라서 작품의 첫인상인 기획의도 안에서 괜찮은 필력을 뽐내는 것이 평범하게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필력이란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력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얼마나 자신의 논리를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느냐와 세상과 사회에 대한 이 작가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이 있느냐?라는 지점일 것입니다.

소위 '글빨'이라 일컬어지는 필력은 그 다음의 부수적인 요인이겠죠. 물론 그렇다고 비문(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게 하는 요인이니 절대로 조심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제가 '좋은 기획의도는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 드릴 수 있는 팁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좋은 문장으로 써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실 쉬운 것은 아니죠. 따라서 좋은 기획의도를 쓰기 위해선 한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기획의도를 찾을 때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기획의도를 쓰는 것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좀 더 막막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지망생 시절 당선작의 시나리오 초고를 뽑는데 두달이 걸렸는데, 몇장 분량의 기획의도와 시놉시스를 쓰는데 꼬박 2주가 걸렸습니다. 즉, 그만큼 어렵고 때때로 이걸 꼭 써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전환시켜본다면 기획의도를 쓰는 건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고생해서 만든 내 새끼와도  같은 작품을 예쁘게 포장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심사위원들에게 혹은 피디나 투자자들에게 내 작품을 돋보이게 제약없이 맘껏 자랑할 수 있는 짧은 1분짜리 오디션을 본다고 생각하세요. 

눈에 띄도록 쓰세요. 어필하세요! 내 작품을 읽고 싶어 안달나게 하세요. 진정성을 담으세요. 자신만의 것을 쓰세요. 개성을 녹이세요.

이것이 기획의도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입니다.

2. 등장인물과 시놉시스

타인에게 노출을 목표로 하는 등장인물 소개서와 시놉시스 역시 앞서 다룬 기획의도와 같은 목적인 '어필'을 위해서 쓰여져야 한다는 건 다들 짐작하실 텐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실 조금씩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먼저 등장인물 소개서는 심사위원 등 이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시나리오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목적과 함께 그들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즉, 매력적인 등장인물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를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각각 캐릭터를 주지시켜 그들이 헷갈리지 않고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건데요. 그러기 위해선 등장인물 소개서에 간단하게 이야기의 설정을 포함시키거나 사건과 에피소드, 등장인물 관계도 등을 쓰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형식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경제적이고 편리하고, 캐릭터가 잘 구분되도록 쓰여지는 게 좋을 텐데요. (물론, 드라마 기획안의 등장인물 소개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드라마의 기획안에선 시놉만큼이나 긴 분량으로 자세하게 씁니다.) 


그래서 아주 기본적인 거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은 절대로 비슷하게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ex. 남자 주인공 이름 시형, 여자 주인공 이름 시은. -> 별로 구분이 안 가서 헷갈릴 수 있다.) 

좀 더 엄격하게는 자음도 겹치지 않게 쓰는 게 좋겠죠.

(ex. ㅅㅇ이 들어가는 이름이 있다면 ㅁㄱ으로 이름을 만든다던지 하는 식으로)


또한 타인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쓰는 시놉시스 같은 경우는 '후킹'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기획의도가 '난 이런 작가야. 난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느낌이라면 시놉시스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후킹해!' 라는 느낌으로 쓰여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훅(Hook)이란 것은 원래 갈고리, 바늘을 뜻하는데요. 헐리우드에서 '갈고리에 걸려 낚아채지다'라는 뜻으로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나타낼 때 사용한 은어인데 충무로에서 '이야기에 훅이 있다, 후킹하다, 혹은 후킹에 걸리다'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작가가 스스로 작업에 필요한 용도로 작성하는 시놉시스는 아무렇게나 쓰여져도 상관없습니다. 오직 작가만 알아볼 수 있어도 상관없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놉시스는 이미 나와 있는 시나리오를 최대한 잘 요약해서 재미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기에 '이 스토리를 누군가에게 요약해 들려주려고 한다면 어떤식으로 말해야 이 사람이 재밌어 할까'를 고민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독자의 호기심을 단숨에 낚아챌 만한 후킹한 지점이 시놉시스 초반부터 두드러지도록 쓰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초반부터 확실히 바늘에 꾀지 않으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읽는 사람이 후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사용해서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두세요.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옳다고 느껴지는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얼마든지 쓰셔도 됩니다. 정해진 것은 없으니까요.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도 되고, 유독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설정부분을 강조해 길게 써도 됩니다. 대사를 인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주인공들의 감정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싶으면 써도 좋겠죠. 멜로 시놉이라면 달달한 문장을 사용하고, 액션이라면 간결하고 힘있는 문체, 스릴러라면 읽으면서도 오싹한 기분이 들수 있도록 쓰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모든 창작물에는 정답이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여러형식의 시놉시스를 접해 읽어보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돋보이고, 흥미롭게 보일 수 있는 형식을 배우거나 창조해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해서 드리고 싶은 팁은 좋은 시놉시스는 수정하고 또 수정할 때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긴 이야기를 짧지만 재밌게 요약하는 건 시간을 들여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어느 부분을 강조해야 할지, 어떤 부분은 쓰지 않아도 될지 판단이 빨리 서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쭉 써서 나가시되, 반드시 여러번 수정하세요. 만약 잘 모르겠다 싶으면 며칠 보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하신 후 마치 내가 이 시놉시스를 처음 읽는 사람처럼 마음 가짐을 가지고 다시 읽어보세요.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과연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의문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자신의 시놉에서 어떤 부분이 지루한지, 혹은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혹은 좀 더 첨가해야 할 내용은 없는지 등등이 객관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매끄럽고 술술 읽힐때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쓸 땐 공을 들이면서 공모전에 제출하는 시놉시스는 몇번 수정도 하지 않고 그냥 냅니다. 그러지 마세요. 시나리오 보다 기획의도와 시놉시스가 먼저 읽힌다는 사실을 언제나 유의하시고 정성과 시간을 들이세요.


오늘도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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