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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기억의 밤. 왜?인지를 꼭 알아야만 하는 인간의 미숙한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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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우주써니입니다.

장항준 감독의 <기억의 밤>을 보고 왔는데요.


기억의 밤 포스터


이런저런 아쉬운 점은 조금 있었지만, 그럼에도 클라이막스에 탁! 하고 던져지는 감정만큼은, 인간에 대한 진실된 탐구정신과 연민, 그리고 진정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론 생각보다 즐거운 관람이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도 인간의 이 미숙하고 슬픈, 숙명과도 같은 그 본성에 대한 단상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더군요. 덕분에 생각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재미도 덤으로 같이 즐길 수 있었지만, 영화 안에서 그 모든 걸 향유할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뭐, 사실 제가 장항준 감독님의 영화를 별로 기대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더 재밌게 봤을 수도 있을 듯 하네요.


영화의 초반은 꽤나 스릴 넘칩니다. 묘하게 연극적인 느낌이 나는 다정한 가족들의 모습은 어쩐지 소름끼치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중시키는데요.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방이라는 고전적인 괴담적 설정과 정체불명의 괴한에 납치됐다 돌아온 뒤 수상한 행동을 하는 형의 모습... 이 모든 게 강하늘의 신경불안증에 의한 악몽이나 착각인것인지, 아니면 정말 이 가족에 대한 비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물론, 노련한 관객들은 이야기가 진행 되려면 당연히 후자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지만) 초중반까지는 억지로라도 야바위하듯 꾸역꾸역 둘 다의 가능성이 열린 것 처럼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조금은 허술한 인물들의 행동들로 인해 이야기는 조금씩 어설퍼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샤프심 장면이라거나, 문을 열어두고 제발 좀 들어달라는 듯 비밀스런 통화를 하는 장면, 굳이 2층으로 기어 올라가 자는 척 하는 주인공의 저조한 판단력 등등은 조금은 위선적으로 연출된 느낌이 드는데요. 

특히, 샤프심 씬은 장면으로 전달되는 긴장감은 있었지만, 사실 그 행위 자체가 결코 실질적으로는 위해가 될 수 없는 행동인데다가, 결론적으로 그 행위로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그 인물이 왜 그런 행위를 해서 꼬투리를 잡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듭니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배우들이 연기할 때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숨겨진 분노가 엄청나게 내제되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자신이 꼭 그 행동을 해야만 하는 정당성부분에서, 어느 정도 눈을 가린 채 억지로 감정을 끼어맞춰서 연기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면에서 조금만 더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미스테리를 증가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꽤나 충줄한 영환데요. 강하늘씨야 <동주>에서부터 워낙에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무열씨의 연기는 이 영화를 통해서 눈도장이 확 찍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초반 어색한 연극적 연기부터 마지막에 진짜 감정을 스크린 밖으로 시원하게 던져내는 그 연기력에 감탄했는데요.


<<약 스포 주의! 아래엔 결말이 유추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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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가장 좋았던 점은 강하늘과 김무열 두 캐릭터를 다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점이었습니다. 어리고 어리석었기에 잘못된 판단으로 인간성의 파멸을 경험한 강하늘과 원수에 대한 복수심과 더불어 자기 근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김무열은, 둘 다 허약한 인간성에 대한 안쓰러운 단면을 목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캐릭터 세팅은 상당히 좋았던 것 같은데요.


악한에 대한 시선이 권선징악과는 다른 전복된 시선이란 것도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건 김무열이라는 캐릭터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양가감정이었는데요. 자신의 모든 것을 파괴한 남자의 잔혹함에 분노하는 동시에, 그 남자의 마지막 양심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는 비루한 감정... 거기에 더해 자신의 존재, 모든 악의 근원이 결국 자신의 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환멸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의문... 그래서 정말 왜, 왜? 왜?! 임을 알아야만 하는 그 남자의 모든 몸부림이 정말 안쓰러웠는데요. 상처를 헤집고 뒤집고, 틀어막아봐도, 결국 끝끝내 비집고 나와 버리는 왜?라는 그 질문... 그걸 꼭 알아야만 하는 인간의 허약한 본성... 


그리고 그 질문을 하는 가장 근원적인 마음이 바로 자기 부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본성 때문이라는 슬픈 마음속의 연좌제... 결국 그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인간의 단면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김무열은 '아 그렇지, 인간은 정말 저래...'라는 격공을 자아냈는데요.


사실 이 영화의 진짜 키포인트는 이 캐릭터의 그러한 감정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전 때문에 그것이 너무 늦게까지 가려져 있는 바람에, 충분히 그 캐릭터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이 조금은 폐착이 아니었나하는 진단을 조심스레 내려봅니다.

후반에 조금은 지루하고 장황하게 그간의 모든 사정을 설명하는 부분 대신에, 강하늘이 도망간 뒤, 김무열의 시점에서 그의 비참하고 서글펐던 삶이 조금이라도 조명됐더라면 더 감동적이고 슬픈 스릴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클라이막스에서 감정을 끌어올려 보여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관객이 그것들을 그 순간 다 소화할 수 있도록 앞에서부터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영화네요.


사실 반전이란 지점을 뺀다면 오히려 캐릭터상 더 매력적인 인물은 김무열이었다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 점에서 너무 미스테리라는 장르에 묶여 반전에만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장항준 감독의 영화는 항상 뭔가 가짜같은 즐거움 밖에 없었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인간에 대한 탐구정신이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영화를 좀 더 기대해보려 합니다.


<기억의 밤>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3별사탕 이구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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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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