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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강철비. 반포동에 철우들이 모여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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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영화 변호인으로 유명한 양우석 감독님의 <강철비>를 보고 왔는데요.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살짝 부담을 안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상쇄시킬만큼의 몰입도와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매우 즐겁게 관람한 영화였습니다.


강철비 포스터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넘어왔다는 이 선 굵은 설정은 자칫하면 엄청나게 도발적인 그 크기 때문에 개연성을 잃거나, 장황해지거나, 혹은 인간미를 상실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감독은 영리하게도 남한의 철우와 북한의 철우의 인생안에서 이 거대한 설정을 녹여냄으로써, 전쟁이 터지게 되면 뜨거운 피를 흘리고, 눈물을 흘리게 될 보통의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핵문제와 남북 문제를 바라보게 만듭니다. 


외교 안보수석인 곽철우와 쿠테타를 피해 북한 1호를 모시고 남한으로 내려온 엄철우는 표면상으로는 대립선상에 서 있는 인물인데요. 하지만 사실 둘은 처자식을 둔 가장이자, 배고픔과 아픔을 느끼며, 그저 전쟁을 막고자 하는 보통의 상식을 가진 동일선상의 인물들입니다. 한 사람은 남에서 태어났고, 한사람은 북에서 태어났다는 차이일 뿐인데요. 


사실 한 동포이지만, 어찌보면 외국인들보다 더 낯선 그들에 대한 인식을 감독이 얼마나 애정어리고 정성들여 피를 돌게 만들어줬는지 고마운 감정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요즘들어 나 아니면 남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너도 나, 나도 너라는 인류애적 시선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류애라는 이 크고 넓은 단어로도 품을 수 없는 '북'이라는 살벌한 이념적 개념이 이러한 작은 시도들로 인해 바뀌어져 간다면 참 좋을 거 같네요.


감독의 이러한 기본적인 철학이 극중에 잘 베여들어 있어서인지, 두 철우 캐릭터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울림으로 다가왔는데요. 사실 정우성과 곽도원이라는 배우에게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의 놀라운 연기가 있었기에 철우라는 두 캐릭터는 36.5도가 아닌 40도의 피를 가진 인물들 처럼 느껴질 정도로 뜨겁게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느낌은 단순히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라는 것을 뛰어 넘은, 감독의 각본과 해석과 연출과 연기 모두가 적절한 하모니를 이루었다라고 보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장훈 감독의 <의형제>에서도 국정원과 남파공작원의 우정을 다루긴 했지만, 흥미와 재미위주였을 뿐 분단 된 현실에 대한 감독의 철학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요. 그러한 점에서 양우석 감독은 재미와 감동을 뛰어넘어 철학적인 사유의 깊이까지도 작품에 잘 녹여낸,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고 평하고 싶네요. 


뭐 그렇다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닌데요. 영화는 쿠테타를 일으키고 배신한 인물을 반전처럼 등장 시키지만, 사실 처음부터 누가봐도 그 인물이 범인이란 걸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뭐 이제 영화문법에 있어서 처음에 지목된 인물은 범인이 아니야, 라는 법칙이 거의 상용화됐다고 할 수 있는만큼 크게 거슬리는 사항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관객이 처음부터 눈치 챈 걸 한 두 시퀀스도 아니고 영화 내내 주인공이 눈치를 채지 못하는 건 조금 거슬리는 일이기는 했는데요. 

그 외에도 너무나 쉽게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 사회에 침투해 북한 1호를 처치하기 위해 온갖 암살 공작을 펼친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가 너무 길다 보니 그 과정이 생략된 건가? 싶긴 했지만 그럼에도 공작원들이 마치 투명인간처럼 자유롭게 한국을 드나드는 설정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네요.


그 지점들을 빼면 사실 시나리오가 이룩해낸 모든 개연성과 디테일들에는 감탄했는데요. 상상만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그 커다란 사태에 대응하는 모든 극중 단체(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국제 사회와 언론, 북한 쿠테타 무리 등등)들의 대처가 현실성있게 그려져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이런 현실속에 기반한 상상일 수록 자칫 그 안의 세계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순간 몰입도를 방해하기 쉬운데, 얼마나 철저한 자료조사와 검증으로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극본을 잘 다듬었는지 노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액션 씬들이었는데요. 총을 칼처럼 다루는 느낌의 액션씬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여타영화보다 훨씬 더 스피드한 느낌이라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또한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아서라도 스스로를 소생한 후 곧바로 임무를 완수하려고 전력질주를 하는 독한 공비 캐릭터(조우진 분)는 매우 신선한 표현이었습니다.


관람객 사이에서 결말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한 것 같은데, 사실 저는 결말을 접하는 순간 어머나 발칙해라! 정도의 생각만 하고 그냥 치워버렸는데요. 모든 살상 무기와 전쟁에 반대하는 제 가치관이랑은 맞지 않은 결말이었기 때문에, 좀 더 진지하게 파고들 의지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핵 해결을 저런 식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구나, 신선하다 정도의 감상외엔 사실 저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곽도원의 대사처럼 반포동에 동포들이 모여산다면! 이라는 뜨거운 생각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강철비>

제 별사탕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4별사탕이구요.

진지한 영화이지만, 오락적인 재미로 도배가 된 영화인 만큼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시구요.

공감과 구독을 눌러주신 여러분, 당신은 나에게 천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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