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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 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캐릭터) 시놉시스를 완성 했다면, 등장인물 전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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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앞선 포스트에선 시나리오를 쓰기 전, 왜 등장인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지와 간단하게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는 요소인 ‘극적요구, 시점, 변화, 태도’ 이 네 가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2017/08/29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캐릭터) 시나리오 쓰기 전, 등장인물 연구하기.

 

오늘은 등장인물 전기 쓰기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노트에 글쓰는 사진

 

사실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구조를 세우고, 시놉시스를 쓰는 작업보다는 별로 재밌어 하는 작업은 아닌데요.

필요할 경우 자료조사도 꽤나 해야 하고, 한 인물의 역사를 통으로 알아야 하는 만큼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을 많이 알면 알수록, 시나리오를 쓸 때 더욱 편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시놉시스를 15~20장 정도 쓰는데, 등장인물 전기는 25~30장 가량으로 좀 더 많이 쓰는 편입니다) 

1. 등장인물 전기는 그 인물의 내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단계다.

전기를 쓸 때는 그 인물과 관련된 모든 외부적인 요소(직업, 가족관계, 외모, 경제적 수준 등등)들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무의식적인 내면을 알아내는 것인데요.

그래야만 시나리오를 쓸 때 비로소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즉, 작가가 그들을 조종하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을 쫓으며 따라서 쓰기 바쁜 상황을 만들 수가 있는데요.

 

등장인물이 알아서 대사를 내뱉고, 스스로 행동하며 스토리를 변경할 때,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대본이 원래 정해놓은 스토리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아름다울 때, 작가는 가장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이기까지 한 위의 경험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등장인물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은데요.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등장인물 전기를 쓴다고 바로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대본을 쓰는 과정 속에서 캐릭터와 스토리가 일치 할 때 발생합니다.

 

즉, 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대본을 쓰게 되면, 그 이야기 안에서 등장인물이 반응하며 서서히 자유의지를 가지게 될 거라는 얘기인데요.

 

따라서 등장인물의 전기를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등장인물을 파악하기 위한 워밍업단계이며, 캐릭터란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 그의 대사와 행동, 사건에 대한 선택과 반응 등으로 점점 입체적이고 독자적인 인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렇게 캐릭터와 스토리 혹은 구조가 합일 되는 순간, 작품은 매우 독창적인 캐릭터를 가지는 것은 물론, 그 전제나 아이디어가 원래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근본적인 원형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등장인물의 전기를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구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인물 전기를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 등장인물 전기 쓰는 법

1) 자료조사

우선 자료조사를 해야 합니다. 등장인물 전기를 쓰는데 무슨 자료조사가 필요한 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전기를 쓰는 단계에서 정말 많은 자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요.

그 인물의 직업이 특수한 경우라면 더 더욱 꼼꼼한 자료조사가 필요합니다. (EX. 의사, 변호사, 비행기 기장 등등)

 

자료조사를 하는 방법으로는 도서관, 웹사이트, 박물관 등등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과 인터뷰를 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요.

사실 저는 인터뷰를 즐겨 하진 않지만, 몇번 해본 결과 확실히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세계가 더욱 풍부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 자료조사는 직업이나 인물에 대한 자료조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나리오가 다룰 세계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시면 좋은데요.

예를 들어, 우체국에 근무하는 사이코패스가 완전범죄를 계획하는 내용이라면, 우체국에 대한 업무 파악 및  권력 구조, 시스템 파악은 물론이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심리 연구, 거기에 경찰들의 수사 기법, 공소시효 등에 대한 법률 등등 다방면의 자료조사가 필요합니다.

 

너무 완벽하게 모든 자료를 다 보려고 하는 것도 시간낭비이지만, 자료조사를 소홀이 하는 것도 시간 낭비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쓰여진 작품은 결국 식상하고, 재미없어서 시나리오를 수정할 때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충분한 자료조사를 하신 후, 등장인물 전기를 쓰시구요. 전기를 쓰거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더 자료조사 해야 할 게 있다면 틈틈이 계속해 나가시길 추천 드립니다. 

2) 3인칭과 1인칭

사실 등장인물 전기를 쓰는 것에 있어서 따로 정해진 내용도 형식도 없지만, 본인에게 더 편한 시점으로 쓸 수는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3인칭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1인칭으로 쓰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3인칭으로 쓰면 밖에서 관찰하는 느낌으로 쓰게 되지만, 1인칭이면 마치 내가 그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내면을 파악하며 쓸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반면 1인칭은 다른 인물의 입장이나 내면을 파악하는데는 조금 둔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EX. 3인칭의 경우

이름 김고은. 1990년 크리스마스에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할머니는 그 아이를 지우길 바랬다. 자신 또한 미혼모였고, 마음 한 켠엔 딸이 자신처럼 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은을 미워했다. 늘상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할머니 덕에 고은은 언제나 상처를 받았다.

 

1인칭의 경우.

내 이름은 김고은. 1990년 크리스마스에, 미혼모인 엄마가 나를 낳았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에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자기도 미혼모인 주제에... 그럴 때면 난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우겨댔다. 겉으론 당당하게 굴었지만, 나는 항상 내 존재가 부끄러웠다....

 

차이를 조금 아시겠나요?

즉, 3인칭의 경우 타인의 입장까지도(위의 예에선 할머니의 입장) 자유자재로 언급하며 쓸 수 있지만, 1인칭의 경우는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 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주인공 한 인물만 쓰는 것이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 두 세명의 전기를 모두 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편한 시점을 선택해서 쓰시면 될 거 같네요. 

3) 등장인물 전기 쓰기.

아쉽게도 특별한 요령은 없습니다.

다만 며칠간 등장인물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많이 생각하신 후, 후루룩 종이에 쏟아내듯 순발력있게 전기를 작성하시는 게 좋은데요.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혹시 틀릴까봐 걱정하지 말고 그냥 각티슈에서 티슈를 뽑듯 계속해서 생각나는대로, 자신이 맞다고 믿는대로 쓰시면 됩니다.

여타 작업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의 전기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타 등 문법이든 신경쓰지 말고 그저 술술 써내려가세요.

 

쓸 내용은 그 인물이 태어나면서부터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전까지 포괄적인 인생사 전부를 자유롭게 쓰시면 되는데요.

작법책을 참고하면, 자신이 생각지 못하거나 빠트린 부분도 함께 쓸수 있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워크북」에 나온 등장인물 전기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아래를 참고 삼아 등장인물 전기를 써나가시면서, 추가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무한으로 확장해서 쓰기 시작하면, 풍부한 전기를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나리오 워크북」 p. 93~108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무엇인가? 어디서 태어났는가? 이야기가 시작될 때 그는 몇 살인가? 아버지의 직업은 무엇인가?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총애를 받는가, 멸시를 받는가? 형제 또는 자매가 있는가? 친절하고 협조적인가, 아니면 반목하고 호전적인가?

 

유아, 유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창시절에 대해 적어보라. 착한 학생이었나?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길 바랐나? 친구들을 많았는가? 활달한가, 익살스러운가, 진지한가, 외향적인가, 내성적인가? 클럽활동을 했는가?

사교적이거나 연애를 많이 했는가? 불량스럽거나, 혹은 왕따를 당했는가? 술 담배는 언제 배웠는가? 운동에 적성이 있었나? 누가 그의 첫 남자(여자) 친구였는가? 첫경험은 언제인가? 성적 취향이 무엇인가? 동성애를 하는가?

 

대학의 전공은 무엇인가?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학력’을 숙지하라. 구구단을 못 외우는가? 검정고시를 치뤘는가? 학교 생활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치 색깔은 어떤가? 혁명가인가 정치에 무관심한가? 군대는 갔다 왔는가? 전쟁을 찬성하는가? 동물애호가, 채식주의자? 등장인물의 가치관을 정립하라.

 

직업적 관점들을 규정하라. 등장인물의 직업은 무엇인가? 직장상사와의 관계는 좋은가, 나쁜가? 무시당하는가? 이용당하는가? 박봉인가? 현재의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 동료들 간의 관계는? 어디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가? 직장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생활에 대해서 써라. 등장인물은 미혼인가, 기혼인가? 미망인, 이혼, 별거 중인가? 배우자는 누군가? 언제 어디서 만났는가? 누군가의 소개로? 우연히? 업무상 모임에서? 행복한 결혼인가, 아니면 불행한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떤가? 딸처럼 대하는가, 서로 증오하는가?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등장인물이 만들어 놓은 관계들을 규정하라.

 

사생활을 탐구하라. 취미는 무엇인가? 어떤 일에 흥미를 갖는가? 조깅? 헬스클럽? 요리?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하루 일과에 대해 써라.

등장인물의 삶에 관해 불확실하고 불안한 구석이 있다면 그것을 써라. 그냥 자유롭게 연상하라. 써야 할지 쓰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써라.} 

4) 항상 '왜'를 생각하라.

마지막으로 등장인물 전기를 쓸 때 저만의 노하우를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저 또한 전기를 쓰게 되면 그 등장인물이 태어나면서부터(혹은 그 인물의 가정사가 중요하다면 부모님의 일대기부터) 시나리오의 시작 지점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싹 다 쓰는 편인데요.

 

부모와의 애착관계, 학창시절,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것 등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그 인물의 가치관이 형성된 사건, 트라우마를 만든 사건, 연애사, 종교적 성향까지 자세히 쓰며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쓰더라도 왜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깍두기를 좋아하고, 반바지를 싫어한다고 쓰는 것은 인물 묘사일뿐 인물의 내면을 알게 해주는 분석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깍두기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그 이유를 쓰고, (ex.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가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가득 채워둔 것이 깍두기이기 때문이다. 무가 제철이라 가격이 저렴해서 채워놓은 소박한 반찬이었지만, 그는 깍두기를 먹을 때마다 어린 아들이 굶주릴 까봐 걱정한 엄마의 마지막 양심을 느꼈다.)

반바지를 싫어한다면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쓰시라는 것인데요. (ex. 흉터 때문이며 왜 흉터가 생겼는지에 대한 사건에 대해 서술.)

어떻게 보면 제가 쓰는 전기는 정신학적인 분석과도 비슷할 것 같네요.

 

어쨌든 자신이 상상하는 그 인물에 대한 모든 것을 쓰시되 항상 ‘왜?’를 빠트리지 마시기를 추천드리는데요. 그래야 인물의 내면을 더 깊게 파악할 수 있으면서 무의식까지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납니다.

 

한가지 더, 제가 쓰는 등장인물 전기가 여타 다른 작법책에 소개된 방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작품의 세계관까지도 등장인물의 전기를 쓸 때 함께 쓴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대해선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쪼록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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