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나리오 감 잡기

[글쓰기/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심화/세계관) 등장인물 전기를 썼다면, 작품의 세계관을 정립하라.

반응형

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시놉을 쓰고 난 다음 단계로, ‘등장인물 전기쓰기’에 대해 얘기했었는데요.

2017/09/01 - [시나리오 감 잡기] - [글쓰기/ 작법] 시나리오 쓰는 법(기초/캐릭터) 시놉시스를 완성 했다면, 등장인물 전기를 써라.

 

오늘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 마지막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속 세계관 정립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독특한 일러스트 세계관 사진

1. 세계관은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세계에 대한 통찰력과 지식이다.

작가라면 자신의 등장인물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자신이 다루는 주제나 소재에 대해서도 신과 같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작가가 모르는 것을 쓰게 되면 어디서 본 듯한 상투적인 내용과 신빙성 없는 내용으로 페이지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108쪽과 274쪽입니다.

1) 상투성에 대해

{모든 상투성의 근원을 추적해 올라가다 보면 단 한가지의 원인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 안의 세계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가들은 사실은 그렇지 못하면서도 어떤 허구의 세계에 대해 자신들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상황을 설정하고 대본을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막상 구체적인 소재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아무것도 건져내는 것이 없게 된다. 그러면 이때 이들이 취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자신의 설정과 비슷한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소설, 그리고 연극들을 찾아본다. 이들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로부터 장면과 대사, 등장인물들의 일부를 취해 자기 작품 안으로 끼워 넣는다. 결국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장면, 들어본 적이 있는 대사, 만난 적이 있는 인물들이 그의 작품을 채운다.} 

2) 신빙성에 대해

{관객이 작품에 정서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신빙성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 속의 세계가 믿을 수 있는 세계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관객들은 이야기의 신빙성이 깨어지지 않는 한 무엇이든 비웃는 평소의 태도를 잠시 버린 채 그 이야기를 믿고 따라간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신빙성이 옅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자기 동일시의 최면 역시 사라지고 관객들은 <말도 안 돼! 저런 게 어디 있어? 앞뒤가 안 맞아. 저렇게 돌아가는 세상일이 어디 있어.>라고 말 할 것이다.}

 

최근에 영화 <장산범>이 개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클리쉐가 난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세계관 정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2017/08/23 - [영화 별사탕 리뷰] - [영화 후기] 장산범 리뷰. 장산범과 거울속으로가 합쳐져 미궁속으로.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리는 민담 속 캐릭터가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동을 시작할 때 관객들은 뭐지? 왜 저 괴물은 거울 속에서 튀어나와? 라고 의문이 생겨버립니다.

 

아무리 봐도 작가이자 감독은 장산범에 대한 생김새나, 습성, 생태, 태도 등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스스로도 이 괴물이 왜 거울 속으로 드나드는지 모르고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즉, 그냥 그게 편해서, 혹은 좋아보여서 그렇게 썼다는 것이죠.)

결국 작가의 무지가 장산범이란 캐릭터의 독특한 개성을 죽여 버리고, 미친 무당에게 기생한 채 모습을 드러내는 근본없는 이상한 괴물로 탈바꿈시키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장산범이 살고 있는 마을의 세계관조차 전무한데요. 수십년동안 장산범에 의해 실종사건이 있었던 마을 주민들이나 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하게 없어 보입니다.

이 마을에 오래 근무한 경찰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동굴 입구를 막은 것만으로도 출몰하지 않았던 장산범인데 왜 그냥 동굴을 막아버리지 않는지(장산범에 대해 알고 있는 마을주민 무당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대체 이 동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사회에선 이 사건이 어떻게 치부됐는지 등등에 대해 아무런 설정도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장산범>이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선 괴물에 대한 세계관 뿐만 아니라, 그 괴물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세계관 또한 제대로 세웠어야 한다는 건데요. 

 

물론, 작품의 세계관은 허구를 다룬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는 평범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에 <청년 경찰>이 논란이 된 것도 작가가 정립한 마초적인 세계관 때문인데요.

 

영화 <청년 경찰> 속의 여자들은 피해를 당했을 때 소극적인 대응만 할 뿐인 적극적인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마치 남성의 성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소비되고 마는데요. 이러한 식의 여성관이 바로 이 작품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림이라는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보고, 그 곳에 사는 조선족을 범죄조직처럼 묘사한 것도, 경찰 조직이 윗선에서 지시한 것을 따르느라 납치사건 목격자의 신고조차 외면하는 무능력한 공권력에 대한 묘사 또한 작가가 정립한 세계관이라는 것인데요.

 

즉, 아무리 우리가 사는 곳과 똑같은 배경을 다룬 영화라고 할지라도 그 영화 속에는 작가의 가치관과 개성이 반영된 세계관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허구를 다룬 영화든 평범한 일상을 다룬 영화든 반드시 개연성있고, 견고하게 설정된 세계관을 작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세계관은 어떻게 정립하면 좋을까요? 

2. 시나리오 쓰기 전 마지막 단계, 세계관 정립하기.

작품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도 등장인물 연구처럼 역시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루고자 하는 세계에 대해 작가 스스로가 믿어지고 납득될때까지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방법인데요.

초심자들을 위해서 허구의 설정이 들어갈 때와 아닐 때를 나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작품에 허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작품 안에서 일관성있고 신빙성있는 캐릭터와 더불어 그것에 반응하는 세상도 함께 연구하라.

영화 <괴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괴물에서 봉준호 감독은 그 괴물을 사랑한 것이 분명합니다.

미군부대에서 한강에 버린 독극물로 인해 탄생하게 된 괴물의 기원부터, 골뱅이 모양같은 독특한 생김새, 꼬리를 감아 이동하는 방법, 삼켰다가 토해놓는 음식 저장 습관 등 괴물의 생물학적 습성, 지능 지수 등등 모든 것을 생각하고 쓴 느낌인데요.

 

한강을 돌아다니는 식인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우리는 전혀 위화감을 느끼거나, 가짜라고 생각하며 보지 않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잘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에 반응하는 세계에 대한 연구도 잘 되었기 때문인데요.

 

만약,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각종 무기와 첨단장비로 긴박하게 추격하고, 총격을 벌이고, 종국에는 가슴 뜨겁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세계관으로 그려냈다면 우리는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금은 허술하고, 무능하게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럴듯하다고 느끼며 납득을 하게 되는 것인데요.

 

즉, 허구의 캐릭터를 그린다면 그 캐릭터와 함께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과 세상 또한 그럴듯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빙성은 사실성이랄지 실제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신빙성은 이야기에 구현된 세계가 내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있고 그 세계의 폭과 깊이, 그것을 채워주는 세부 사항들이 서로에 대해서 진실일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관을 만드실 때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존재하는 세상이 서로 진실되고, 개연성있게 작동하도록 설정하시면 되는데요.

 

가짜를 다루더라도 일관성있는 법칙과 형태와 세부적인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세요. 작가가 먼저 진심으로 그 세계를 믿을 수 있을 때 관객들도 그 허구를 믿게 됩니다.

작가가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한 통찰력과 지식이 있을 때야 말로 작품은 독창적으로 빛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2) 허구가 아닌 실제적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면, 그 세계의 '정치와 가치'에 대해 물어라. 

만약,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정립하면 될까요?

바로 영화 속 세상의 ‘정치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되는데요. 

가. 이 세계의 정치는 어떤가?

여기서 말하는 정치란, 우냐 좌냐, 야당이냐 여당이냐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267페이지입니다.

(*로버트 맥기는 제 8장 도발적인 사건에서 ‘이야기의 세계’에 대해 언급하며 등장인물을 포함한 물질적, 사회적 배경으로서의 설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요. 이 부분을 보며 등장인물 전기를 쓸 때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저 또한 등장인물과 함께 세계관을 점검할 때 이용하는 편입니다.)

 

{이 세계의 정치는 어떤가?

꼭 우익과 좌익, 공화당과 민주당 식의 구분일 필요는 없고 정치라는 말의 본래 의미, 즉 권력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란 어느 사회에나 있는 권력 관계에 대해 우리가 붙여준 이름일 뿐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위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불균등한 권력 관계가 발생한다.

회사, 병원, 종교, 정부 기관 등 어디에서나 최상부에 있는 자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아주 약간 또는 아예 없으며 그 중간 지대에 속하는 이들은 적당한 수준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 직장인은 어떻게 해서 권력을 얻거나 잃게 되는가?

가정사에 대한 글을 쓰더라도 정치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집안은 평소에는 아버지가 권력을 쥐고 있다가 아버지가 외출하면 엄마에게, 엄마가 외출하면 가장 나이 많은 아이에게 그 권력이 넘어오는 가부장적 집안인가? 아니면 엄마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모권주의적 가정인가?}

 

어떻게 보면 정치에 대한 세계관은 작가의 가치관과 작품에 대한 주제가 드러날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나오는 성장물 속에서도 세계관은 나옵니다.

학생과 교사가 평등한 권리와 대접을 받는 학교인지, 아니면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는 권력관계가 전복된 학교인지, 교사와 교장이 폭력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학교인지 등이 이 영화의 세계관이 될 수 있습니다.

 

법정물, 로맨스물, 액션물 등등 모든 영화에서도 위와 마찬가지로 그 세계만의 정치 권력관계가 나옵니다.

자신이 쓰는 법정물에서 검사는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 조직인가요? 검찰 속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주나요, 아니면 짓밟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조직인가요?

로맨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과 사랑 중 돈이 먼저인 물질만능주의 세상인가요, 아니면 일과 사랑중, 일이 더 중요한 세상인가요?

액션물이라면, 범죄자가 경찰보다 우위에 있는 세상인가요, 경찰이 범죄자 보다 우위에 있는 세상인가요?

어떤 장르의 영화여도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다루는 영화의 설정과 주제에 맞는 정치, 권력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하시면 됩니다. 

나. 이 세계에는 어떤 가치들이 인정받고 있는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p.269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당신이 쓰고 있는 대본 속의 인물들은 어떤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악은 어떤 것인가? 이들에게 옳은 것은 어떤 것들이고 그른 것은 어떤 것들인가?

이 사회의 법은 어떤가? 선과 악, 옳고 그름, 합법과 불법 같은 사항들이 반드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등장 인물들이 믿고 있는 것은 과연 그것을 위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그걸 추구하는 게 바보 같은 짓은 아닌가? 그들이 목숨을 걸 만한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예를 들어 영화 <괴물>에서처럼, 정부의 말을 따르지 않고 딸을 구하러 가는 것이 현상수배 될만큼 악으로 치부되는 세상인지,

<테이큰>에서처럼 딸 하나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도 영웅대접을 받는 세상인지 등에 대해 규정하라는 것인데요.

역시 마찬가지로 작품의 주제랄지, 작가의 가치관이랄지가 반영되는 부분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인지, 가부장적인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인지 패미니즘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인지, 연상연하가 수치스러운 세상인지 대세인 세상인지 등등 당신이 다루는 세계에서 필요한 사회적 가치를 찾아 파악하고 규정하시면 됩니다.

 

조금 어렵고 지루하시더라도 시나리오를 쓰기 전 고민하신 이 세계관이 균형잡히고 제대로 성립됐을 때,

<청년경찰>이나 <VIP>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세계가 아닌 아름답고 개연성있는 영화 속 세상이 만들 수 있다는 것 명심하시구요.

 

이렇게 등장인물과 세계관에 대한 작업이 완료가 되었다면 이제 시나리오 초고를 쓰는 단계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따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구요. ^^

그럼 다음 포스트부터 시나리오 초고 쓰는 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여러분들의 승승장구와 건필을 기원합니다.

당신의 타자기에 천사가 내려앉기를~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