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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별사탕 리뷰

[영화 후기/리뷰] 염력. 염력의 무게를 간신히 버텨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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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부산행>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염력>을 보고 왔는데요.

기대치만큼의 만족은 하지 못했지만, 결말부 덕에 그럭저럭 허망함 없이 극장을 나설수는 있었습니다.

극전체에 깔린 코미디적 요소 또한 꽤나 볼만 했는데요. 


염력 포스터


사실 <염력>은 한국형 히어로물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은 작품이긴 합니다. 다만 <부산행>이 한국형 좀비물의 포문을 제대로 열어 제꼈다면, 이 작품은 빗장을 겨우 풀었다는 느낌인데요.

<부산행>은 설정상 워낙에 극단적인 상황이 세팅된 데다가, 위기에 위기가 겹치는 식으로 긴장감이 상승되는 스토리 구조였다면, 이 작품은 초반에 예상되는 스토리라인이 중후반까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 바람에 관객에게 의외성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지점이었는데요. 


'평범'한 주인공이라고, 감정라인 조차 '평범'하게 보여줘 버린 것도 문제였습니다. 감독은 주인공인 류승룡이 홀로 외롭게 살고 있다는 현상만 보여줬을 뿐, 그 안의 외로움이랄지 고독함, 사회에 대한 패배감 등의 감정은 따로 보여주질 않는데요. 가장 심각한 것은 딸과의 관계 회복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조차도 잘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아빠라면 딸과의 관계 회복을 바랄것이고, 딸을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라는 식의 보편적인 감정라인만으로는 그를 미친듯이 응원하긴 부족했는데요. 그 때문에 몰입감이 평범해져 버렸습니다. 감독이 신파를 두려워 말고 아버지 류승룡의 감정씬, 정서씬을 조금 더 챙겼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데요.


게다가 소위 슈퍼 파워라고 할 수 있는 '염력'을 가진 주인공이 중후반 까지 위기에 처할 거 같지 않다는 느낌 또한 작품에 빠져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주인공의 힘에 비해 '장애물, 혹은 안타고니스트'의 힘이 너무 왜소하다고나 할까요. 표면적으로 갈등이 큰 용역들과의 대결은 위기감이 전혀 안 들고, 딸과의 관계 회복 또한 염력으로 용역들을 무찔러 주는 순간 회복될 게 예상되기에(그나마도 절실해 보이지도 않구요) 진정한 딜레마가 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갈등과 딜레마가 흐지부지하니, 코믹적인 요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물론, 히어로물을 비틀고, 코믹하게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한국이라는 사회상을 잘 담아낸 것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주적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권력을 가진 특권층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간신히 위기감이 생기고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덩치 큰 용역들이 쇠파이프로 위협적으로 강제 철거를 하고 있을 때, 호리호리 마른 정유미에게 작은 명함으로 협박 당하는 슈퍼맨 류승룡의 모습은 처음엔 살짝 핀트가 나간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주제적인 면에서 이렇게 흘러가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류승룡이 멋들어진 슈트도 아닌, 초라하고 낡은 점퍼 차림으로 권력자의 차를 박살내고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기 시작할 땐 분명 색다른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소시민의 반란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 카타르시스와 동시에, 이 초능력이 오히려 주인공을 '위험'하게 만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때서야 이야기는 진짜 딜레마를 드러내며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가는데요. 


그렇기에 후반부 설정과 결말은 사실 한국형 히어로물에 가장 걸맞는 세팅일 뿐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선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소시민은 염력이 생기더라도, 지는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라는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인데요. 뻔했던 스토리는 그나마 막판에 '왜 평범한 아버지한테 염력이 생기는 이 이야기를 봐야 하지?'라는 부분에서 간신히 정당성을 마련하며 거대한 염력이라는 소재를 간신히 버텨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서 결말부 때문에 간신히 허망함없이 영화관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 이유도 이것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2장 내내 뻔하게 흘러간 스토리와 도중도중 뜬금없거나 어색한 장면들이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것을 정당화 할 순 없겠죠.


물론, 비주얼적인 부분이나 시퀀스들의 아이디어들이 좋았던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분명 보는 재미가 있긴 있다는 건데요. 요란벅적하게 몸을 베베 꼬며 초능력을 쓰는 류승룡의 환상에 가까운 개인기나, 일반 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었던 투박한 염력사용 액션들은 색다르고 유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원맨쇼를 보는 듯한 류승룡의 연기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부터 발휘하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생각이 들고, '정유미'씨의 캐릭터와 연기도 눈에 띄었는데요. 하지만 정유미씨는 중간중간 살짝 호흡이 가쁘거나 너무 윽박지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불안정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의외의 캐릭터를 소화한 건 좋았지만, 조금은 안 어울렸다고나 할까요.


또한 아쉬웠던 건, 떼씬들에서의 조연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었는데요. 액션시퀀스의 몹씬들은 자연스러웠지만, 철거민들이나 용역들이 우르르 나와 대사를 주고 받는 씬들은 사실 마가 뜬다거나, 연기가 어색하다거나, 리액션들이 적절하지 않거나 중복된다거나 해서 자연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부산행을 보며 몹씬 연출을 너무 잘해서 감탄했었는데 이번에는 기차처럼 좁은 공간도 아니고, 배우들이 액션 연기만 하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 힘에 부쳤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훌륭한 연출자라도 떼씬은 역시 힘들긴 힘든가보다 하는 깨달음이 새삼 들었네요. 


더불어 뜬금없거나 유치하거나 어색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어 순간순간 몰입을 방해했는데요. 특히 언론사에 대한 정치 풍자를 하는 뉴스 장면은 갑자기 하이 블랙코미디적인 톤으로 그려지는 바람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톤과 전혀 어울러지지 않고, 유별나게 튀어서 작품의 세계관에 균열이 느껴졌는데요. 뭔가 시나리오를 좀 더 다듬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드네요.


기대만큼 실망도 있었던 영화 <염력> 제 별사탕 점수는요.

5별사탕 만점에 3점이구요. 그냥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간다면 실망을 하실 수도 있다는 점 주의하시구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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