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리뷰] 1987. 촛불은 그때 부터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작가 우주써니입니다.

지난 해 마지막 영화 관람은 장준환 감독의 <1987>이었는데요. 새해 맞이 때문에 조금 바빠서 이제야 포스팅 하게 됐네요. ^^ 지난 해 군함도나 택시드라이버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었지만, 그 중 <1987>은 단연 독보적인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는데요.

영화관을 갈 때 항상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가는 것이 저의 오랜 습관인데, 그 덕에 제작진과 감독의 의도를 십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보러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그래서 저도 이번 포스팅은 내용보다는 감상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사실 정초부터 보기에는 조금 암울한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또 나름 새해 첫 영화로도 어울릴 것 같은데요. 시크릿 캐스팅으로 인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특이한 케이스였습니다. 이미 많이 스포일러가 되어서 조금 안타깝기도 한데요. 숨겨져 있던 그  배우 특유의 매력과 실화가 가진 거대한 힘이 예상치 못하게 합쳐졌을 때, 영화는 페이크와 진짜를 뒤섞어서 더 큰 충격으로 그때의 무자비한 실상을 목도시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실제 사진들이 나열 되었을 때, 영화의 장면과 실제 사진의 그 유사성에서 한 번 더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그 순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 마치 실제 상황을 찍어 놓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 효과가 영화를 보며 먹먹했던 마음을 더욱 증가시키고 가슴을 들끓게 만들어서, 물리적인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는데요.

처음에는 마치 주인공이 하정우처럼 보이게 만들다가, 어느 순간 하정우도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고 마침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희생자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영화는 진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스토리를 진정성있게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제작할 때, 특히나 그 사건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는, 그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단순히 구경꾼들이 기웃대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동을 줘야지, 울음을 터트려야지, 혹은 애국심을 고취시켜야지하는 그런 태도는 교만이라 생각합니다. 이 지점에 있어서 <1987>은 고인에 대한 애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는데요. 이러한 창작자들의 태도가 함께 전해져 더욱 진정성있는 울림을 선사해준 거 같네요.

규제와 탄압에도 진실을 말하려는 언론과 자기 조직을 들이받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 책이 아닌 화염병을 손에 들고 데모라도 해야만 했던 대학생들, 그리고 김태리처럼 숨죽이고 두려워하다가 마침내 공분하여 일어선 수 많은 우리 아버지 세대의 희생들... 그것들이 있었기에 화염병이 아닌 촛불만으로도 혁명을 이룰 수 있는 평화로운 이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데요. 1987년 부터 시작된 우리의 촛불들이 이어져, 30년이 지난 후 에버트 인권상을 받는 지금이 되었다는 생각에 몹시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일품이었는데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소름돋는 대사를 내뱉는 김윤석 배우의 호흡은 예고편에서도 많이 봤음에도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끔찍한 역할을 수락해준 것에 대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배우가 그 끔찍한 대사를 하는 심정은 어떠했을지 상상도 안 되네요. 자칫 자기도 모르게 튈 수 있는 역량 좋은 주연급 배우들이 모여, 딱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큼을 잘 수행하여 어디 하나 튀는 것도 모난 것도 없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어낸 연기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면 한 두가지 아쉬운 것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시크릿 캐스팅부터 시나리오와 연출 등 모든 것에 꼼꼼히 신경 쓴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란 이렇게 뜨거운 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촛불은 그때 부터 시작되었다! 영화 <1987> 제 별사탕 점수는요. 

5 별사탕 만점에 4.5 별사탕이구요.

강력 추천 드리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영화평이니 다른 리뷰도 참고하시고 관람여부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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